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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릴 말살하려 히틀러 전략" 러 발작시킨 우크라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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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등을 싸잡아 비판하며 ‘히틀러의 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의 전차ㆍ장갑차 지원 계획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1개월 가까이 장기화하고 러시아군은 주요 격전지에서 고전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서방의 중화력 무기 지원책이 쏟아지자 러시아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가진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하는 미국 등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인종 말살 계획 등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AP=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가진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하는 미국 등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인종 말살 계획 등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워싱턴(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기 위해 과거 유럽을 예속시키려던 나폴레옹, 나치와 같은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틀러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final solution)’을 원했던 것처럼 이제 서방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전략적 패배를 겪길 원한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대리인으로 삼아 러시아 문제의 ‘최종 해결책’이란 동일한 임무를 띠고 우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수반인 아돌프 히틀러는 약 600만명의 유대인은 물론 로마(집시) 등 일부 소수민족을 말살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면서 ‘최종 해결책’이라 이름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대러시아 포위망을 이에 빗댄 것이다.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을 나치 동조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꾸준히 이같은 주장을 해왔다.

서방의 우크라이나군 지상 화력 지원이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솔레다르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그라드 다연장로켓포를 러시아군 진영으로 쏘는 모습. AP=연합뉴스

서방의 우크라이나군 지상 화력 지원이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솔레다르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그라드 다연장로켓포를 러시아군 진영으로 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어떻게 감히 그것도 자기들이 시작한 전쟁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느냐”며 “반응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진심으로 불쾌하다”고 반발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미스터 푸틴’이 러시아의 존재가 위협받는다는 가짜 이야기를 지어냈고 우크라이나에 ‘네오 나치’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뒤 명분 없이 침략했다”고 말했다.

"크림반도 공격 지원도 검토" 

이런 가운데 서방 각국은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ㆍUDCG)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17일 폴란드 국경지대에서 만나 군사 지원을 논의했다.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합참 측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러시아의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며 “UDCG 회의에서 이번 논의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에 밝혔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17일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발레리 잘르주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만나 러시아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전날인 지난 16일 밀리 의장이 독일 내 우크라이나군 훈련장을 찾은 모습. AP=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17일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발레리 잘르주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만나 러시아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전날인 지난 16일 밀리 의장이 독일 내 우크라이나군 훈련장을 찾은 모습. AP=연합뉴스

이같은 미군 수뇌부의 움직임과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 반도를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는 확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 공격이 향후 이 지역에서의 입지 약화를 두려워하는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줄었다”는 미 당국의 최근 정보 분석이 이같은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애기도 흘러나온다. 바이든 정부 내에선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마리우폴ㆍ멜리토폴과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육로를 차단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캐나다는 18일(현지시간) 병력수송장갑차(APC)인 ‘세너터(Senator)’ 200대를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너터 장갑차. 사진 로셸

캐나다는 18일(현지시간) 병력수송장갑차(APC)인 ‘세너터(Senator)’ 200대를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너터 장갑차. 사진 로셸

이번 UDCG 회의에 참석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더 많은 중화력과 현대적 무기 지원이 (20일 회의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무기 지원이) 시급하고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무기 지원을 호소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상 특별연설 직후에 나왔다.

한편 캐나다는 이날 추가적인 무기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병력수송장갑차(APC)인 ‘세너터(Senator)’ 200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주로 정찰용으로 쓰이는 세너터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타격 작전 등에도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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