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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4일 만에 천만 뷰? 대륙 뒤흔든 ‘이 만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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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4일 만에 천만 뷰, 더우반 평점 9.6점

'중국기담(中國奇譚)' 포스터. 사진 더우반

'중국기담(中國奇譚)' 포스터. 사진 더우반

애니메이션 ‘중국기담(中國奇譚, Yao-Chinese Folktales)’이 지난 1월 1일 중국 OTT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 공개되고 4일 만에 이뤄낸 성적이다. 중국 국산 만화가 대륙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기담'은 중국식 판타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천랴오위(陳廖宇)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위수이(於水), 후루이(鬍睿), 양무(楊木) 등 10명의 감독이 각각 중국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8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중국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영상미를 구현했고, 큰 호평을 얻었다.

사진 더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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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8개 중 3개의 에피소드만 공개됐을 뿐인데도 비리비리의 탄무(彈幕, 동영상 실시간 댓글)에는 “근 몇 년간 본 만화 중 최고의 걸작이다”, "추억의 상하이미술영화제작소가 돌아왔다" 등 중국 네티즌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묵화, 전지(剪紙) 등 중국 전통문화를 활용한 표현기법부터 중국 전통 이야기를 재해석한 스토리텔링까지. 이는 중국 대중의 어린 시절 추억 속 만화를 선보이던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上海美朮電影製片廠, Shanghai Animation Film Studio)’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중국기담’은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가 중국 전통 신화에 현대적인 시각을 녹여낸 신작이다.

화제의 '중국기담' 만든 곳은 어디? 

애니메이션 ‘나타요해(哪吒鬧海)'. 사진 시나닷컴

애니메이션 ‘나타요해(哪吒鬧海)'. 사진 시나닷컴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 하면 중국의 80년대생, 90년대생은 물론, 심지어는 60년대생부터 70년대생까지도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영화를 떠올린다. 중국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대요천궁(大鬧天宮)’, 중국 명나라 신마(神魔)소설(신과 마의 다툼을 다룬 소설) ‘봉신연의(封神縯義)’를 각색한 애니메이션 ‘나타요해(哪吒鬧海)’, 중국 최초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검은 고양이 경장(黑貓警長)’까지 전부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는 1990년대까지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독점하다시피 했고, 중국 국민 대부분이 상하이 스튜디오의 작품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 내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잦아들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점차 사라졌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 최근 중국의 '궈차오(國潮, 애국 소비 성향)' 열풍에 힘입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시장 반응도 좋아지고 있지만, 뛰어난 품질로 입소문을 이끈 작품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기담'은 지난 12일까지 중국의 콘텐츠 리뷰 플랫폼 더우반(豆瓣)에서 10만 명이 넘는 시청자에게 9.5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한물간 전통 애니메이션에 대륙 열광하는 이유

'노바디(Nobody, 小妖怪的夏天)' 스틸 컷. 사진 더우반

'노바디(Nobody, 小妖怪的夏天)' 스틸 컷. 사진 더우반

'중국기담'은 왜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노바디 (Nobody, 小妖怪的夏天)'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에피소드는 중국 대중들에게 친숙한 중국 만화 영화와 가장 가까운 형식이다.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배경으로 하여 친숙한 손오공 캐릭터를 중국 전통 미술 스타일로 선보였고, 이는 중국 만화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노바디(Nobody, 小妖怪的夏天)'의 한 장면. 사진 더우반

'노바디(Nobody, 小妖怪的夏天)'의 한 장면. 사진 더우반

그러나 '노바디'는 단순히 옛날 만화영화를 답습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현시대 직장을 은유한 요괴들의 동굴로, 젊은 직장인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안겼다. 소설 '서유기'의 기존 주역인 손오공, 삼장법사, 사오정, 저팔계 대신 무명의 요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선한 마음과 따뜻함의 가치를 강조하는 스토리텔링도 눈에 띈다.

'구스 마운틴(鵝鵝鵝, Goose Mountain)'의 한 장면. 사진 더우반

'구스 마운틴(鵝鵝鵝, Goose Mountain)'의 한 장면. 사진 더우반

이 밖에도 두 번째 에피소드 '구스 마운틴(鵝鵝鵝, Goose Mountain)'은 수묵화 풍 이미지에 집중하는 무성영화로 긴 여운을 남겼고, 가장 최근에 공개된 세 번째 에피소드 '쉬 울프(林林, She Wolf)'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고민을 다룬 것은 물론, 중국풍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녹여내는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중국기담’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쉬 울프(林林, She Wolf)' 스틸 컷. 사진 웨이보

'쉬 울프(林林, She Wolf)' 스틸 컷. 사진 웨이보

'중국기담'이 처음 화제가 된 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 '노바디’에 어린 시절 보던 만화 속 전통적 요소와 중국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 울프'에서는 중국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기담'은 4회부터 고대 배경뿐만 아니라 현대와 미래 배경까지 다룰 예정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전통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중국 대중들이 국산 애니메이션보다 해외 애니메이션을 더욱 선호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은 일본, 유럽, 미국 등 비교적 성숙한 애니메이션 시장을 갖춘 나라들에 크게 영향받았다.

‘중국기담’의 등장과 성공은 중국 전통 애니메이션의 시대는 저물었을지 몰라도, 중국 애니메이션이 오랜 시간 축적한 특유의 표현 기법과 스타일, 중국 문화 등 자원을 재해석해 현시대에 맞는 양질의 콘텐츠로 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양한 전통 자원을 활용해 혁신을 시도하는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上海美朮電影製片廠, Shanghai Animation Film Studio)

사진 바이두 백과

사진 바이두 백과

상하이 애니메이션 필름 스튜디오의 전신은 1950년에 창설된 상하이 영화제작소 미술팀이다. 그 후 1957년 중국 국무원의 인가를 받아 상하이 스튜디오가 정식 설립됐다.

상하이 스튜디오는 60년 동안 500편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피리 부는 목동(牧笛)’, ‘세 스님(三個和尚)’, ‘금빛 소라고둥(金色的海螺)’, ‘신비한 붓(神筆)’ 등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은 물론, ‘조롱박 형제(葫蘆兄弟)’, ‘소년영웅(自古英雄出少年)’ 등 큰 사랑을 받은 어린이 만화 영화도 있다.

상하이 스튜디오는 중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최다 작품 및 캐릭터 IP를 보유한 제작사로 알려졌으며 KFC, BMW 등 다수의 유명 기업과 캐릭터 라이선스 제휴를 맺은 바 있다. 2017년에는 중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테마 카페 ‘메인 프렌즈 카페&스토어(MEIN FRIENDS CAFE & STORE)’를 상하이 다웨청(大悅城)에서 정식 개장했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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