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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요즘 라면 맛없더라" MZ 충격…'빌런' 미원이 준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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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유튜브 조회수 1100만, 브랜드 검색량 7배 증가.

미원이 스튜디오좋과 함께 제작한 ‘미원의 서사’ 광고 성과입니다. 배우 김지석이 ‘인간 미원’으로 출연해 화제였죠. 미원의 리브랜딩을 기획한 이정훈 대상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광고 노출 후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크게 줄었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인 관심을 넘어 브랜드 최초의 '팬덤'을 만든 거죠.

이 팀장은 “오래된 브랜드의 리브랜딩은 서두르면 안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을 세워 회사를 설득했다는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폴인 PICK 요즘 이 브랜드' 30화 중 일부입니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면 아이디어로 깨진다

대상주식회사 이정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 최지훈]

대상주식회사 이정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 최지훈]

잘 팔리는 미원, 왜 리브랜딩 했나요?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제가 처음 맡은 브랜드는 청정원이었는데요. 입사 후 여러 브랜드를 살펴보는데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대상주식회사의 원래 이름이 미원주식회사인데, 미원은 왜 숨어있지? 회사의 근간이 숨어있으면 10년 후에는 대상이라는 회사 자체가 숨어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임원진들께 가서 말씀드렸죠. "미원을 한 번 바꿔보겠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어요. "쉽지 않을 텐데. 미원을 잘 아나?" (웃음).

근간이라 말씀드렸듯, 대상에서 미원은 소중한 브랜드잖아요. 66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으니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회사의 근간을 바꾸겠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내부에서는 '저 사람 뭘 믿고 날뛰는 거냐'는 반응까지 나왔죠. (웃음)

어떻게 설득했나요?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면 아이디어로 깨지더라고요. "미원이 왜 이렇게 바뀌어야 해?"라는 질문에 "재밌으니까요"나 "사람들이 좋아하니까요"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거죠.

사실 미원은 꾸준히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어요. 미원의 안정성을 알리고자 여러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2016년부터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쳤죠. 2019년에 진행한 미필적 선의 캠페인은 광고대상을 받기도 했고요.

″아이디어로 승부하면 아이디어로 깨지더라고요″ [사진 최지훈]

″아이디어로 승부하면 아이디어로 깨지더라고요″ [사진 최지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팬덤이 생기거나 긍정 여론이 크게 생성되지는 않았어요. 트렌드를 좆은 건 길어야 두 달이더라고요.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다음이 없는 거죠. 여러 커뮤니티에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미원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거든요.

왜 미원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을까요? 답은 간단해요. 미원이 어떤 브랜드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명하지 않았거든요. 광고에 목적이 없으니 때마다 유행을 좇을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임원진을 찾아가 말씀드렸어요.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 먼저 규정해야 한다고요.
여기에 동감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을 짜기 시작했죠. 차근차근 브랜드를 잡아 나갔기 때문에 내부의 걱정을 덜고, 기대감을 키울 수 있었고요.

5개년 계획을 짠 이유는요.

지난 경험을 통해 '오래된 브랜드는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역사가 오랜 브랜드일수록 이미지 변신을 위해 트렌드를 좇기 쉬워요. 그러다 보면 본질은 그대로인데 스타일만 변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콜라보레이션을 예로 들어 볼까요. 요즘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레트로 브랜드에 다양한 콜라보 제의가 들어와요. 미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모두 거절했어요.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가치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미원은 소비자가 아직 그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었죠. 섣부르게 콜라보레이션 해도, 상대 브랜드에 레트로 마크를 빌려준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어요. 미원이라는 브랜드가 그렇게 소비되길 원치 않았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가치를 올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유행을 좇지 않고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야 해요. 그래서 5개년 계획을 세워 '빌드업'하기로 했죠.

미원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의 일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사진 대상]

미원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의 일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사진 대상]

오래된 브랜드가 이야기를 만드는 법

지난해 출시한 '미원라면'은 어떤 의미인가요?

미원라면은 일종의 테스트베드 같은 제품이었어요. 미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부정 반응이 지금도 살아있는 여론인지 죽어있는 여론인지요. 미원은 66년 간 존재했지만,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은 브랜드잖아요.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한번 꺼내봐준 거죠.

그런데 반응이 의외였어요. 부정 요소가 거의 없는 거예요. 대부분이 '라면에 MSG가 없었어? 충격이네' '어쩐지 요즘 라면 맛이 없더라' '해외 수출 라면엔 들어 있다고 하던데?' 였죠. 요즘 세대들은 MSG를 빌런이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이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유튜브 영상에는 미원을 사용하는 여러 꿀팁도 있었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조금 더 일찍 물어볼 걸, 너무 조심했나?' (웃음).

시장 반응을 미리 파악한 덕에 '인간 미원' 스토리를 담은 유튜브 광고를 기획할 수 있었어요. 회사에 미원을 조금 더 꺼내놓겠다고 할 때 하나의 근거가 됐거든요. 만약 부정 반응이 더 컸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의 영상이 나왔을 수도 있어요.

미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뭔가요?

'맛의 근원'이요. 음식의 맛을 끌어내잖아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도 맛의 근원이라는 본질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첫 번째 광고의 컨셉은 '맛의 조연'이었어요. 오래된 브랜드가 오판하기 쉬운 게 하나 있는데요. 역사가 오랜 만큼 자신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미원은 그런 아이가 아니거든요. 완벽한 조연이에요. 먹어보면 알겠지만, 아무 맛도 안 나거든요. 그런데 음식에 들어가는 순간 제 역할을 하죠. 그래서 66년 동안 맛의 조연이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간 미원' 배우 김지석 씨가 한 여자를 몰래 짝사랑하는 첫 스토리가 나왔고요. (웃음)

스토리를 짜게 된 과정은요.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미원은 몸에 나쁘지 않다고 호소할까? 화학조미료가 아닌 100% 발효 식품이라고 가르칠까? 그런데 그런 건 거부 반응만 일으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얘기를 고백하듯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다만 '어떻게'가 문제였는데요 미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미원이 이런 브랜드였어?'라는 반응이 나오도록요. 그전의 광고들은 놀라게 하거나 공감 가는 내용이 부족했었거든요. 그저 그런 반응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광고계의 이단아, '스튜디오좋'을 찾아갔어요. (웃음)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했거든요. 스튜디오좋은 당시 빙그레 세계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만들어 유명해진 광고대행사예요. 이들을 만나 미원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차근차근 설명했죠. 다행히 흔쾌히 수락했어요. '정말 하고 싶고, 자기들만이 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요. 그때 의기투합한 내용은 이래요. '미원과 스튜디오좋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비주얼과 스토리를 만든다'. (웃음)

미원 유튜브 광고 스틸컷. 배우 김지석 씨가 '인간 미원'으로 출연했다. [사진 대상]

미원 유튜브 광고 스틸컷. 배우 김지석 씨가 '인간 미원'으로 출연했다. [사진 대상]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크리에이티브한 디렉터와 브랜드 오너십이 강한 저희의 대화가 쉽지만은 않았어요. 스튜디오좋이 놀라운 안건을 여러 개 가지고 왔는데,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어요. 브랜드 본질을 담으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킬 만한 스토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함께 깨달았죠. 그래서 정말 오랜 시간 서로 맞춰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광고 2편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있는데요. 인간 미원 김지석 배우가 이런 멘트를 해요. '네가 오늘 미원을 안 먹었을 것 같아? 순진하긴.' 스튜디오좋은 이 멘트를 빼자고 했어요. 영상의 톤 앤 무드가 무뎌질 수 있다고요. 하지만 저희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브랜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문장이니까요.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 PICK 요즘 이 브랜드”의 30화 중 일부입니다. 인터뷰 전문은 폴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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