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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연대 발간 『중고생운동사』 보니…“소련군은 해방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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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촛불 연대가 발간한 『중고생운동사』 표지(왼쪽)와 보천보 전투를 담은 본문. [사진 서울시]

촛불 연대가 발간한 『중고생운동사』 표지(왼쪽)와 보천보 전투를 담은 본문. [사진 서울시]

“남한에서는 김일성이 지휘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청산리 대첩보다 교과서에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이하 촛불연대)는 2021년 9월 27일 발간한 『중고생운동사』에서 보천보 전투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천보 전투(1937년)는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투쟁 업적으로, 북한이 신화처럼 선전하고 있다. 학계에선 보천보 전투가 순사 5명이 지키던 작은 마을을 습격한 사건으로, 전투로 보기 어려우며, 김일성이 지휘자였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감사를 거쳐 지난 3일 촛불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18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고생운동사』는 본문 265쪽 분량이다. 이 책은 촛불연대가 민주시민 교육 책자 제작 명목으로 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발간했다.

책은 김 전 주석이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진 ‘타도제국주의새날소년동맹’을 “우리 민족 최초의 중고등학생 운동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일성이 단체 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남한에서는 연구와 교육 등이 극히 제한돼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책은 ‘한국 중고등학생 운동단체 계보도’를 소개했다. 김 전 주석이 대표로 있던 타도제국주의새날소년동맹이 북한에선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한국에선 ‘조국통일 남북학생회담 추진위원회’로 나뉘었다. 계보도 맨 밑에는 책을 펴낸 촛불연대가 자리한다.

책에는 다소 주관적인 문구도 등장한다. 한 예로 1919년 3·1 운동에 대해 “민족대표 33인은 끝내 탑골공원으로 나서기를 주저했다”며 “너무나도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자신들의 생각보다 거사가 커질 것이 두려웠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당시 민족대표 33인을 ‘겁먹고 사라진 어른들’로 지칭했다. 북한은 그간 3·1 운동을 부정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을 향한 강한 적개심도 보였다. 책에선 “광복 이후 북한에 들어온 소련군은 포고령에 ‘해방군’이라 한 반면, 미국군은 ‘점령군’이라고 명시했다”며 “민중이 해방 후 놓고자 한 자주독립의 길을 모두 미(美) 군정이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심미선 학생 사건도 언급됐다. 북한에 대해 “당시 (신효순·심미선) 열사를 명예 중학생으로 등록, 이후 졸업식까지 열어주는 예를 갖춰줬다”고 평했다.

서범수 의원은 “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발간한 책이 일방적으로 북한 주장을 소개하거나 김일성 업적을 찬양하고 우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촛불연대는 긴급논평을 내고 “무리한 마녀사냥과 종북몰이”라며 반발했다.

‘중고생’이 포함된 단체명과 달리, 지난해 11월 기준 회원명부에 이름을 올린 100명 중에는 40~50대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만 18~19세)는 3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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