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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코앞인데 굳이 인천 간다…'딸기 수출 92%' 경남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출하는 국내 딸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남 딸기가 가까운 김해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루 내지 하루 반나절 정도 해외 운송이 지체되면서, 경남 딸기 수출 농가는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날리는 인천공항 루트

지난 17일 해질 무렵 늦은 오후 경남 진주의 한 농가에서 화물차에 실은 수출용 딸기. 사진 독자

지난 17일 해질 무렵 늦은 오후 경남 진주의 한 농가에서 화물차에 실은 수출용 딸기. 사진 독자

지난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대평면 딸기수출농단 선별장. 동남아 수출길에 오를 딸기의 선별·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가에서 새벽부터 수확한 수출용 딸기는 오후 5시쯤 화물차에 실렸다. 이후 차로 5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약 360㎞)를 이동, 캄캄한 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딸기를 수확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곧바로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다음 날 저녁쯤 수출길에 오른다고 한다. 늦으면 그다음 날 오전 나가기도 한다. 국제선에 실리는 국내 전체 항공화물의 99%가 인천공항에 몰리려 선적이 적체되기 때문이다.

경남 딸기가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나기까지는 1~2일 더 걸린다. 수확부터 해외 현지 시장에 경남 딸기가 도착하는 데 총 3~4.5일 걸린다. 신선농산물인 딸기는 유통 기간이 7일 안팎으로 짧다.

“시간이 중요한데…” 덜 익은 딸기 내놓는 농가

해외 수출을 위해 포장된 경남 딸기. 일찍 수확한 탓에 푸른 빛이 돌고 있다. 사진 독자

해외 수출을 위해 포장된 경남 딸기. 일찍 수확한 탓에 푸른 빛이 돌고 있다. 사진 독자

반면 김해공항을 이용하면 수확 당일 밤 또는 다음 날 오전 곧바로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경남 진주에서는 김해공항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거리(약 120㎞)다. 여기를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보내야 하는 1.5일을 아낄 수 있다.

이처럼 해외 운송이 하루 반나절 가량 늦어지면 딸기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딸기는 줄기에 달린 상태에서 완전히 숙성돼야 달콤·새콤한 맛이 최고에 이른다. 하지만 운송이 지체되는 만큼 저장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수출농가에서는 숙도(熟度·익은 정도) 60~70% 수준에서 수확한다. 날이 풀리는 3~4월에는 50% 정도의 새파란 상태로 수출하기도 한다.

수년 전에는 딸기 수출 품종으로 '매향'을 선호했다. 수확 후 과실이 숙성되는 후숙(後熟) 과정을 통해 단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 수출 농가에서는 후숙이 안 되는 '금실' 품종으로 바꿨다. 수확량이 매향보다 1.5배 정도 많고, 수출이 막히면 내수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 윤갑수 회장은 “수입 업체도 운송 과정서 딸기가 상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푸르더라도 따달라’ 한다”며 “맛도, 향도 떨어지는데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해공항 더 가깝지만…화물전용기 인천공항서만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계류 중인 항공기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계류 중인 항공기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뉴스1

그런데도 현재 경남 딸기 수출농가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수출할 수밖에 없다. 한국딸기수출통합 조직 ‘(주)케이베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서만 딸기 수출 화물 전용기를 운영한다. 화물 전용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여객기에 딸기 화물을 최대한 많이 싣는 구조다.

대한항공 이외 다른 항공사, 특히 김해공항을 많이 이용하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 딸기를 항공기에 많이 실어 보내려면, 화물 팔레트를 이용해야 한다. 300kg 넘는 딸기 박스를 실은 화물 팔레트의 높이는 1.6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대형 항공기에는 팔레트로 화물 적재가 가능하지만, 소형 항공기는 화물칸 층고가 낮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남 진주에서 생산된 수출용 딸기가 화물 팔레트에 1.6m 높이로 쌓여 있다. 사진 독자

경남 진주에서 생산된 수출용 딸기가 화물 팔레트에 1.6m 높이로 쌓여 있다. 사진 독자

수출 딸기 92% 경남산…“품질경쟁 시대인데 걱정”
문제는 한국 수출용 딸기는 대부분 운송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경남에서 생산된다는 데 있다. 8일 케이베리·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딸기 수출액은 5874만 달러(728억원)다. 이 중 92%인 5397만 달러(669억원)어치가 경남산이다.

전 세계 27개국 수출되는 대한민국 딸기. 사진 케이베리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27개국 수출되는 대한민국 딸기. 사진 케이베리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케이베리와 경남도는 신선농산물 주산지 인근인 김해공항 수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베리 관계자는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일본산 딸기는 숙도가 90% 이상 된 상태에서 수출한다”며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때문에 내년부턴 국내 수출 농산물에 정부가 물류비를 지원하지 않아 품질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운송 시간을 줄여 신선도를 높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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