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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뽑아도…재건축 추진 아파트값 줄줄이 하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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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 목동 등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선 이전 최고가보다 5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24㎡는 지난 9일 15억원(8층)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 최고가인 20억1000만원보다 5억1000만원 내려간 금액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용 118.12㎡가 20억원(2층)에 계약됐다. 2021년 4월 최고가(26억원)보다 6억원 낮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다. 지난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돼 최고 65층·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안이 확정됐다. 또 서울시가 올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공고하면서 재건축 ‘대못’으로 불린 ‘35층 룰’이 사실상 폐기되고,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졌다.

이런 분위기에도 재건축을 앞둔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근의 삼부아파트(1975년 준공) 전용 106.38㎡는 10일 20억원(2층)에 거래되며 1년 전 최고가(27억2000만원)보다 7억원 넘게 하락했다. 은하아파트(1974년) 전용 121.51㎡도 17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직전 최고가(21억원)보다 3억2000만원 떨어졌다.

안전진단 규제도 재건축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이 지연된 목동, 노원 등 노후 단지가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됐지만, 이들 단지 가격도 최근 큰 폭으로 내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9일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3·5·7·10·12·14단지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통과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날 14단지 전용 74.19㎡가 10억2000만원(15층)에 손바뀜했다. 2021년 10월 최고가(16억8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노원구 상계주공1·2·6단지도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 지난해 말 주공6단지 전용 41.3㎡가 최고가(6억72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떨어진 4억8000만원(5층)에 거래된 이후 아직 신고된 거래가 없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재건축까지는 10년이 넘게 남아있는 데다 고금리 영향이 여전히 큰 탓에 안전진단 통과 이후에 매수 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재건축 단지의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서울 주요 노후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 대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거주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2년간 실거주 해야 하는 불편함이 하락기에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경우 투자 수요가 일부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한 달 전보다 4.14%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월(-3.33%)보다 낙폭이 커졌다. 지난해 1~11월 누적 하락률은 14.34%로, 2006년 조사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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