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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작가에 빠진 글로벌 갤러리들 “한국 DNA가 궁금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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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말 갤러리 페로탕 중국 상하이 지점에서 열린 이배 개인전 ‘먹의 숨결’. [사진 갤러리 페로탕]

지난해 말 갤러리 페로탕 중국 상하이 지점에서 열린 이배 개인전 ‘먹의 숨결’. [사진 갤러리 페로탕]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에선 지난 6일부터 한국 작가 3인전 ‘지금 우리의 신화(Myths of Our Time)’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은 색채, 도상, 표면 등 어느 것 하나 밋밋한 게 없다. 제이디 차(40), 정희민(36), 한선우(29) 등 세 젊은 작가의 에너지가 캔버스를 뚫고 나와 한파를 녹여버릴 기세다. 안젤름 키퍼, 도널드 저드, 알렉스 카츠 등 거장들이 소속된 이 갤러리가 2021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이래 서울에서 한국 작가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만난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무엇이 한국의 창의성을 주도하는지 알고 싶었고, 한국의 DNA를 이해하고 싶었다”며 “한국의 뛰어난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도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 전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프랑스 파리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선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고(故) 윤형근(1928~2007) 화백 개인전이 개막해, 이날 하루에만 1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즈워너는 가고시안, 페이스와 더불어 세계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화랑이다. 제프 쿤스와 리처드 세라, 쿠사마 야요이, 볼프강 틸만스 등 쟁쟁한 작가가 이곳 소속이고, 한국 작가로는 윤 화백이 유일하다.

2014년 파리에서 박서보 개인전을 열었던 글로벌 갤러리 페로탕은 지난해 말(11월 4일~12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배 개인전 ‘먹의 숨결’을 열었고, 홍콩에선 지난달 17일부터 심문섭 개인전(28일까지)을 열고 있다. 고 서세옥(1929~2020) 화백과 서도호(미술가)·서을호(건축가) 두 아들, 손자들의 작품을 모아 ‘삼세대(三世代)’전(20일까지)을 열고 있는 리만머핀 서울은 다음달 2일부터 미국 조각가 헬렌 파시지안(89)과 김택상(64) 2인전을 연다.

올해 가장 주목을 모으는 것은 오는 7월부터 열리는 이건용(81)의 페이스 뉴욕 전시다. 페이스는 알렉산더 칼더, 장 뒤뷔페, 아그네스 마틴, 마크 로스코 유족 및 재단과도 수십 년 관계를 유지해오는 수퍼갤러리다. 서울·뉴욕·런던·제네바 등 전 세계 9곳에 지점을 운영하며, 이건용은 한국 작가 중 이우환에 이어 두 번째로 페이스 전속 작가가 됐다.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 소개에 나선 배경에는 한국 미술의 높아진 위상이 있다. 이건용·김택상이 전속된 국내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최근 독일과 영국 등 해외 정상급 갤러리에서 한국 중견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K아트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9월 프리즈 서울이 열리며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로팍 대표는 “한국은 풍부한 작가들을 기반으로 미술 시장이 형성됐다, 5년 전부터 수십 명의 후보 작가 목록을 만들고 지난해까지 작업실 20여 곳을 직접 방문하며 작가를 찾았다”며 “세계 시장에 선보일 작가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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