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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해임, 대통령 본의 아닐 것”…대통령실 “대통령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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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열린 ‘김기현에게 묻고 답하다’ 강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열린 ‘김기현에게 묻고 답하다’ 강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공개 충돌했다.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저출산위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을 두고 “해임은 ‘대통령 본의’가 아니다”고 쓴 글이 발단이 됐다. 나 전 의원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여당 내부 갈등이 대통령실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면서도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내년 총선 승리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해임은 일부 참모의 이간,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취지다.

그러자 김대기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직접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먼저 대통령은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나경원 전 의원이 대구 동구 동화사를 찾아 합장하며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오후 나경원 전 의원이 대구 동구 동화사를 찾아 합장하며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의 본의냐”며 “나 전 의원은 선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나 전 의원이 어떤 분인지 잘 알고 있다”며 “오늘 나 전 의원의 글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김 실장의 입장문에 이어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이 성명을 내고 “대통령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한다”고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이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겨진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한 데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물었는데도, 참모들의 이간계 탓으로 돌렸다”며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 구분도 못 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는 거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날 안철수 의원(왼쪽)이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오세훈 시장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안철수 의원(왼쪽)이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오세훈 시장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친윤계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먼 나라까지 가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데, 국내에서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 해석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대구 동화사를 찾은 나 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본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제 해임 결정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결심이 아니라 전달 과정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었는데, 대통령께 정보를 전달하는 분들이 ‘윤핵관’이라고 특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반박한 데 대해선 “드릴 말씀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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