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모의 소득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11명은 국회에서 ‘부모의 배경이 학력 격차에 미치는 영향과 해소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교육이 한국 사회를 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여야의 차이를 넘어서 지혜를 만들어야 할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학력 양극화, 10년 사이 더 심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교육 불평등 현상이 최근 더욱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의 읽기, 수학, 과학에서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00년 6%에서 2015년 14.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점수에 대한 가정배경의 영향력’ 지수도 22에서 42.8로 두배 이상 급증해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소득 1분위와 5분위 간 차이를 보여주는 양극화 지수가 2020년에 대부분 지표에서 100을 넘어섰다. 양극화 지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같으면 100으로,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수치가 커진다. 특히 고2의 학업 성취 지표가 177.7로 양극화가 가장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가구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사교육만으로 학력 격차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며 “부모의 경제력은 학교 밖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학교 안에서의 기회가 다르게 주어질 수 있고, 같은 교육을 받더라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읍면지역 강사 구하기도 어려워”
현장에선 지역 간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교영 경기 양주백석중 교사는 “전교생 600명 중 국어나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이 120명이었다”며 “협력 강사를 구하려고 했지만, 공고를 두세번씩 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초학력 협력 강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기초학력 문제가 시급한 읍면 지역에선 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의 학력 격차 대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위주였지만 경제력 차이가 학력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정책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강의식 수업보다 활동, 협동중심의 학습으로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언급됐다.
박대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 없이 학교만 바꾸려고 한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간 격차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는 “비수도권 지역의 고교평준화를 해제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윤정 교육부 기초학력진로교육과장은 “기초학력에서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원 측면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지역의 인구정책, 일자리 정책이 같이 연동될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