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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귀국으로 재출발하는 이재명 수사…‘변호사비 대납’ 수사 경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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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귀국하면서 검찰은 그간 교착 상태였던 수사의 물꼬를 서서히 틀 전망이다.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규명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먼저 쌍방울 내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부터 살펴야 한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전환사채 발행·매입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고, 이때 발행된 전환사채가 이 대표의 변호사에게 흘러가는 식으로 두 사람의 사건은 연결돼있다. 또 이 대표의 측근이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뇌물을 받고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사실상 지원하는 등 두 사람 간의 간접적인 연결고리도 드러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가운데)이 도피 8개월만인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가운데)이 도피 8개월만인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8개월여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 현지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은 17일 오전 8시40분쯤 수갑을 찬 채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바지에 하늘색 셔츠, 남색 자켓 차림이었다. 항공기 안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검찰 수사관들은 양쪽에서 팔짱을 낀 상태로 김 전 회장을 호송했다. 현 쌍방울 대표인 양선길 회장 역시 두 손을 결박당한 채 김 전 회장과 함께 귀국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체로 입을 열지 않으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전혀 알지 못한다”,“(변호사비 대납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해명은 했다. “저 때문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오전 9시10분쯤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46분 수원지검에 도착, 면담을 거친 후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김 전 회장 조사를 시작했다.

김성태 자본시장법 위반→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회장 압송에 성공한 검찰의 첫 번째 과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다. 검찰이 발부받은 체포영장 시한은 48시간인데, 이미 압송에 8시간여가 소요된 만큼 늦어도 18일 오후엔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이미 지난 13일 김 전 회장의 친동생과 쌍방울 관계자 등 4명이 범인도피와 증거인멸교사 등으로 구속된 만큼,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막혀 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는 김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의혹부터 출발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정치자금을 준 혐의 등은 어느 정도 수사를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100억원씩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사내 페이퍼컴퍼니가 인수한 내용을 허위공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100억원의 전환사채는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에 최종 인수됐다.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인 이모(55) 변호사가 비비안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만큼, 쌍방울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전환사채를 대신 지불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쌍방울-경기도 ‘대북사업 커넥션’도 수사 초점

2019년 7월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평화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맨 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기도

2019년 7월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평화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맨 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기도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해 아직 신중론을 펴고 있다. 다만 남북경협 등 ‘이재명 경기도’와 쌍방울의 ‘윈윈’ 관계가 변호사비 대납의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부지사(구속 기소)가 수억 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고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쌍방울은 2018년부터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북한 관계자를 만나 지하자원 개발 등 대북 사업 우선권을 취득했고, 그 대가로 이 전 부지사에게 수억 원의 뇌물, 북한에 640만 달러의 외화를 불법 송금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뇌물 공여의 주체로 보고 이재명 대표의 개입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쌍방울 내부에서도 두 사람이 가까웠다는 취지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검찰은 전직 쌍방울그룹 미래전략사업본부장 엄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증인은 당시 조사에서 김성태 회장, 방모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경기도평화부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엄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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