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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확대에 앞당겨진 '방폐물 포화'…특별법 올해가 마지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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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3, 4호기 전경. 송봉근 기자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3, 4호기 전경. 송봉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방사성 폐기물'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조만간 원전별 방폐물 포화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를 해소할 대안인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와 특별법 통과 모두 올해가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지난 12일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2036년 원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 대비 34.6%까지 오르게 된다. 고리 2호기 등의 계속운전, 신한울 3·4호기 준공 등이 반영됐다. 원전 이용률도 윤 정부 들어 빠르게 뛰어올랐다. 원전 가동이 늘면서 지난해 이용률은 81.6%로 2021년(74.5%)보다 7.1%포인트 상승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고준위 방폐물 약 1만8000t은 원전 내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고리·한빛은 2031년, 한울은 2032년 등에 고준위 방폐물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등이 늘어나면 폐기물 포화 시점은 이보다 빨라질 게 확실시된다. 10차 전기본 내용 등을 반영한 새로운 포화 시점은 다음달께 공개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대비 1~2년 이상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방폐물 처리가 까다로운 원전 특성상 '화장실 없는 집'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일단 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해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특히 포화까지 7년여 남은 고리 원전 상황이 제일 시급하다. 건식저장시설 구축에 설계·인허가·공사 등을 합쳐 7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가 방폐물 대란을 피할 마지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폐기물이 가득 차면 원전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리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는 지역사회 반대 등에 미뤄진 한수원 이사회 의결이 관건이다. 한수원은 다음달 이사회에 이 안건을 올릴 계획이지만,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직후 시설 설계를 발주하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근본적 대책인 영구처분시설도 갈 길이 멀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련 특별법안 3건(국민의힘 이인선·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엔 조속한 시설 확보와 폐기물 반출 시점, 선정 지역 지원 등이 담길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법안소위에서 별 논의 없이 밀린데다 이번 임시국회도 아직 뚜렷한 법안소위 일정이 없다. 여야 모두 안전한 방폐물 처리를 위한 법안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지역 주민 등에 민감한 문제라 적극적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26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회 공청회가 열리며 사실상 첫발을 디딘다. 하지만 의견수렴 후 다시 여야간 법안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법안 처리가 미뤄질수록 영구처분장 설치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말 확정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에서 영구처분시설 확보까지 37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께 시설을 본격 가동하려면 늦어도 연내 법 통과가 이뤄져 정부가 부지 선정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 시설은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폐물 처리는 정치 진영과 무관하고 국민 안전과 연계된 중요 이슈인 만큼 여야가 함께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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