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블랙박스 방향 바꿔논 아내…불륜 증거 잡았는데 유죄?

  • 카드 발행 일시2023.01.18
  • 관심사세상과 함께

당신의 사건 1. 이혼하려다 형사법정 선다

#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던 A씨는 남편의 휴대전화를 열어봤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불륜 증거는 카카오톡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A씨는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카카오톡 ‘대화내용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모든 대화를 자기 e메일로 보냈습니다. 왠지 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 같아 남편 e메일 계정에 로그인해 호텔 숙박 결제 내역까지 받아뒀습니다. 내친김에 구글 드라이브에 들어가 불륜 사진까지 다운받았죠.

# 아내의 불륜 증거를 잡고 싶었지만 휴대폰 잠금을 풀지 못한 B씨는 사설업체를 찾았습니다. 잠금을 풀어낸 뒤 들여다본 아내와 직장 동료의 메신저 대화 내용…. “언젠가 너와 영원히 함께할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게, 사랑해.” 분노가 치민 B씨는 아내의 휴대폰으로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아내의 지인 약 200명을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이 불륜 커플의 대화를 낱낱이 공개했어요.

A씨와 B씨는 이후 이혼소송을 냈지만 오히려 소송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형사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 여기서 질문!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카카오톡 대화 읽어본 게, 모두 범죄라고요? 부부이고 가족인데?

📖 관련 법령은?

용어사전정보통신망법

48조 1항: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된다.”

70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대방 허락 없이 카카오톡이나 구글 드라이브, e메일 계정에 로그인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침입’해서 얻어낸 비밀을 다른 곳에 퍼뜨리는 것 역시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B씨가 아내의 지인들을 모은 단체채팅방에서 불륜 증거를 공개한 것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입니다.

🔎 당신의 법정

재판 과정에서 A씨는“남편이 카카오톡 계정 등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묵시적으로 허락했다”며 “정보통신망 침입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당연히 “알려준 적도, 허락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고, A씨가 휴대폰을 들여다본 시점엔 이미 남편이 이혼 요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허락했다’는 주장도 좀 무리였죠.

A씨는 남편 회사에 불륜 증거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해도 정당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불법은 불법이라는 말씀.

[중앙포토]

[중앙포토]

다만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은 형량에 참작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이혼 후 어린 딸을 홀로 키우고 있고, ‘카카오톡 염탐’ 등으로 기소된 이후 이혼했기 때문에 같은 범행을 반복할 우려가 없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하면서 선고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벌금 50만원이 없었던 일이 되는 처분입니다.

B씨는 어떻게 됐을까요? B씨도 A씨처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된 것은 물론, 사설업체에다 잠금 해제를 의뢰한 건 또한 형법상 전자기록내용탐지죄가 적용됐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밀치다가 상해죄까지 인정됐고요. B씨는 결국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법을 어기고 증거를 모았다는 이유로 이혼 자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가정법원에선 부부가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사유를 따지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을 보는 건 아니거든요. A씨 역시 남편이 불륜 상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자료로 유책사유를 증명했고, 조정으로 이혼했다고 합니다.

💡 이것만은 기억하자!

그럼에도 법적 문제는 없는지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 전후에 형사 법정에 서게 된 건 A씨와 B씨만의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직장에 소문내 달라고 동료들에게 부탁했다가 소문을 낸 동료들까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사건도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분노를 쏟아내면 주로 정보통신망법에 걸립니다. 외도한 배우자나 불륜 상대에게 문자로 욕을 퍼부었다가 처벌되는 경우가 특히 흔하고요. 식칼 사진을 전송했다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배우자나 불륜 상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습니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건 외도 증거를 수집할 때입니다. 배우자와 불륜 상대의 성관계 장면을 사진 찍었다가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어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형사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건 ‘맥락’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배우자의 카카오톡 알림창을 ‘우연히’ 보고 사진으로 찍어둔 수준인지, 아니면 계획적으로 휴대폰 잠금을 풀어 대화 전체를 다운받은 건지가 중요한데요. 특히 증거 수집 당시에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난 상태였는지 등을 본다는 겁니다.

📌400자 변론

장샛별 이혼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명전)

“이혼을 준비하다 보면 상대방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또는 다툼 과정에서 형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본인이 피해를 본 사실을 자료로 확보·주장해 정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한 행동인데, 도리어 본인이 형사 가해자가 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억울하기도 하거니와 유의할 부분입니다. 특히 상대방의 카카오톡이나 메일 등에 접근해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 등에는 구체적으로 형사 문제가 될지 여부 등을 별도로 진단 받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통상 이미 확보한 증거를 문제 없이 쓸 수 있는지, 추가로 어떠한 증거가 필요하며 확보 방법은 무엇이 적절할지, 법원을 통한 CCTV·e메일 증거 보전이나 별도 조회 등으로 안전하게 추가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진단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법정’ 연재 콘텐트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