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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육감 관사 6곳 남아...경기 관사는 '24억짜리 회의실' [공관 대수술, 그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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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고급 주택가에 있는 경기교육감 관사.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재임하던 2017년 12월 신축됐다. 이 전 교육감이 퇴임한 이후로는 관사로 사용하지 않고 회의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고급 주택가에 있는 경기교육감 관사.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재임하던 2017년 12월 신축됐다. 이 전 교육감이 퇴임한 이후로는 관사로 사용하지 않고 회의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 한 고급 주택가 골목.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503.3㎡(152평)의 터에 연면적 373㎡(113평)규모인 이 건물 이름은 ‘광교헌’. 2017년 12월에 새로 지은 경기교육감 관사다. 기존 교육감 관사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에 편입돼 헐리게 되자 이재정 전 교육감이 거처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 당시 이 전 교육감은 집이 없었다고 한다.

회의실로만 쓰는 24억짜리 경기교육감 관사 
광교헌은 신축 계획 단계부터 역풍을 만났다. ‘후진국형 특권 문화’라며 전국 곳곳에서 관사 퇴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경기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각종 교육 사업을 줄였는데, 관사 신축 비용으로 20억1600만원을 편성했다. 완공 후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총 24억원이 투입돼 ‘호화 관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곳은 이재정 교육감만 관사로 썼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임태희 교육감은 성남시 분당구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광교헌은 현재 교육 행사, 회의 공간으로 사용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주택가 한복판에 있고, 주차 공간도 적은데 보여주기용 행사가 아니라면 교육청에서 4~5㎞ 떨어진 광교헌까지 누가 회의·행사하러 오겠냐”고 말했다. 

전국 교육감 관사 6곳…단독주택 2곳, 아파트 4곳

관사는 자치단체뿐 아니라 교육청도 사용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사용 중인 관사는 총 190곳이 있다. 이 가운데 6곳이 교육감 관사다.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 관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교육감 관사를 보유하고 있는 교육청은 경기·경남·경북·전남·전북·충남 등이다. 부교육감·교육장(2급) 관사는 181곳이다. 경북이 38곳으로 가장 많고, 전남 34곳, 경기 26곳, 강원 24곳, 경남 19곳, 충남 17곳, 충북 13곳 등이다. 일반 교직원(공무원) 등이 거주하는 3급 관사는 서울시 1곳, 전남 5곳, 충북 3곳이다.

경남교육청은 창원시 성산구에 1984년 지은 2층 단독주택(토지 1068㎡, 건물 323㎡)을 교육감 관사로 활용하고 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2014년부터 내리 3선 하는 동안 줄곧 관사를 썼다. 그는 지난해 11월 난방설비 교체와 장판 교체 등 관사가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현재 잠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리모델링 비용은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주택가에 있는 경남교육감 관사.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박종훈 교육감은 잠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리모델링 비용은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안대훈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주택가에 있는 경남교육감 관사.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박종훈 교육감은 잠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리모델링 비용은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안대훈 기자

경북·전남·전북·충남교육청은 아파트 관사다.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3개 관사가 132㎡(40평) 이상이다. 모두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2011~2015년 매입했다. 교육감 혼자, 또는 교육감 부부 2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교육청은 안동시 송현동에 위치한 158㎡(47평) 규모 아파트를 2015년 말 매입해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재선에 성공한 임종식 교육감이 홀로 거주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2016년 경북교육청이 대구에서 경북 안동으로 이전해 관사를 구하게 됐는데, 교육청 인근이 신도시라 아파트를 구하기 어려워 평수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은 2012년 홍성군 내포읍에 있는 114.8㎡(34평) 규모 아파트를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천안시에 집이 있는 김지철 교육감은 아내와 함께 2014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목포에 201.14㎡(60평) 규모 아파트를, 전북교육청은 전주에 186.2㎡(56평) 규모 아파트 관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취임한 교육감이 입주하지 않아 비어있다.

관사 요금도 예산으로…경북·충남·전남 ‘사용자 부담’ 전환

관사에 들어가는 공공요금도 교육청 몫이다. 관련 조례는 관사 운영비는 사용자가 부담하게 돼 있지만, 상당수 교육청은 ‘예외규정’을 두고 1·2급 관사에 한해 관리비 등 개인이 사용한 공공요금을 예산에서 지출했다. 반면 일반교직원이 이용하는 3급 관사는 거주하는 사람이 공공요금을 부담한다.

서동용 의원 측이 제공한 최근 3년간 1·2급 교육 관사 관리비 납부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급과 2급 관사 관리비로 지출한 금액은 9억2499만 8600원이다. 관리비와 전기·수도요금, 인터넷 사용료 등을 내줬다. 서 의원은 “거주 목적으로 제공되는 관사는 개인이 사용한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경북·충남·전남교육청은 관사 공공요금을 사용자 부담으로 전환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관사에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교육감이 거주하는 동안 비용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정적 여론에 관사 비어놓기도 

교육감들도 갈수록 관사 입주를 꺼리는 분위기다. 교육감 관사를 보유한 6개 교육청 중 지난해 취임한 경기·전남·전북교육감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은 2016년과 2019년 관사를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주택가라 인근 주민 외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그나마 단독주택은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아파트 관사는 회의 공간 등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교육감이 사용하지 않으면 비워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김승환 전 교육감 때부터 10년 넘게 사용하던 전주 아파트 관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관사 매각 대금(약 6억8000만 원 추정)은 학생 기초 학력 신장과 미래 교육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각계각층 인사들과 소통하는 공간은 교육감 집무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부교육감과 지역 교육장이 사용하는 2급 관사 12개도 사용 실태를 파악해 특혜 논란을 없애겠다는 생각이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과)는 “중앙 정부가 교육감을 임명하던 시절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선출직 교육감이 관사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관장 개인만 사용할 수 있는 숙소는 권위적 산물이니 없애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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