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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만원으로 3천 번다"…설마하면서 혹하는 유튜브의 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올라온 A업체의 광고 영상 일부. 해당 업체는 '다이아몬드 조각투자를 하면 한 달에 142%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내려간 상태다. 사진 유튜브 캡쳐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올라온 A업체의 광고 영상 일부. 해당 업체는 '다이아몬드 조각투자를 하면 한 달에 142%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내려간 상태다. 사진 유튜브 캡쳐

“100만원으로 3000만원 만드는 방법 공개합니다!”
 토목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0·서울 송파구 가락동 거주)씨가 유튜브에서 A업체의 광고 영상을 본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유튜브가 추천 영상으로 “다이아몬드 조각투자를 하면 한 달 만에 14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A업체의 홍보 영상이 뜬 거다. 업체는 “상하이에서 100만원에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를 사서 싱가포르에서 110만원에 판매해 1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김씨는 혹했다. 약 5000만원을 쏟아부은 주식이 30% 넘게 곤두박질치고 있던 때였다. 김씨는 “좀 찜찜했다”면서도 “주식도 다 안 되니 혹시나 했다”고 말했다. 투자 액수를 늘려가던 김씨는 기존 주식 투자금과 집 마련을 위한 목돈,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총 약 2억원을 업체에 보냈다. 명목상의 ‘수익률’이 269%까지 치솟았지만 김씨가 실제로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돈을 인출하려 하자 업체에서 세금 등 명목으로 계속해서 추가 금액 납부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보다 못한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자 업체 측은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폐쇄했고 관계자들은 잠적했다.

사기 피해자 모집하고 마약 구매도…무법지대 유튜브

해당 업체가 사이트에 게시한 투자 수익률 안내. 사진 유튜브 캡쳐

해당 업체가 사이트에 게시한 투자 수익률 안내. 사진 유튜브 캡쳐

 김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지난 12일, 서울경찰청에 A업체를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고소에 참여한 피해자는 19명으로, 확인된 피해액만 6억 63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의 법적 대리인인 이승룡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정식으로 광고 승인을 받은 영상이라 많은 피해자들이 혹해 투자를 결심했다. 해당 영상 시청 횟수가 수십 만회에 달하는 만큼, 수사 경과에 따라 피해자들의 수 및 피해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범죄가 ‘4000만’ 유튜브 사용자(지난해 9월 모바일인덱스 기준)를 노리고 있다. 범죄 영상을 올리고 수법을 안내하는 등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수준을 넘어, A업체와 같이 사기 피해자를 모집하는 등 유튜브가 범죄에 적극적으로 이용되면서다. 실제로 고성능 전기자동차를 판매한다며 유령 회사를 만들고, 2017~2018년 피해자 약 3600명으로부터 419억원을 가로챈 ‘금일그룹 사기’ 역시 유튜브 등을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었다.

유튜브를 통한 마약 범죄도 활발하다. 2021년 1월엔 한 시민이 유튜브를 통해 마약 판매 광고를 검색하고 LSD 5장을 약 80만원에 구매했다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고, 2020년 7~9월 유튜브 등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운 뒤 경기 화성 자택에서 대마초를 기르던 2인조가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유튜브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마약 등 조직 범죄에도 유용하게 쓰이게 된 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는) 범죄 피해 규모를 키우기 위한 바람잡이에 활용되는 수단 중 하나”라며 “오픈 카톡방 등 여러 방식이 복합적으로 이용된다”고 했다. 최근 유튜브 활용 범죄 피해자 중엔 고령층 비율도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A업체 피해자 중 최소 7명(36.8%)이 50대 이상이었다.

유튜브·방심위 모니터링도 역부족…“인력 충원해야”

유튜브 로고. 연합뉴스=로이터

유튜브 로고. 연합뉴스=로이터

 유튜브 영상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범죄 관련 정보가 유통돼선 안 된다’는 정보통신에관한심의규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니터링을 받는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셀 수 없이 많은 데다가 사기 피해자 모집 영상 등은 범죄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애매하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유튜브 역시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폭력적이거나 범죄와 관련된 영상을 올렸다가 3회 이상 적발되면 채널 폐쇄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심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법안을 정비하고, 모니터링 인력 충원 및 예산 증액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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