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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안심소득’ 실험 성공할까…시행 반년째, 규모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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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북구에서 홀로 사는 A씨(61)는 수년 전 대출을 받아 개인택시를 몰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난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도 성치 않았다. 그 사이 빚만 쌓였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제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40년간 버스·택시 운전 경력이 ‘근로 능력’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러던 A씨는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 대상자가 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안심소득으로 매월 80만원가량 지원받고 있다. A씨는 “덕분에 월세와 기본 생활비·공과금을 내고 지인들에게 진 빚도 어느 정도 갚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출범식'에서 사업 참여 가구와 약정체결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출범식'에서 사업 참여 가구와 약정체결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역점 ‘안심소득’…시행 반년 맞아

안심소득이란 월 소득이 중위소득 85%(2023년 1인 가구 기준 월 176만6208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지원하는 소득보장 제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 핵심 정책이다. 16일로 시범사업 시행 반년을 맞았다.

안심소득은 기존 복지체계 허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되려면 스스로 근로 능력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고, 집이나 차가 있으면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혜택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4월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소득이 월 55만원뿐이었지만, 지은 지 80년이 넘어 허물어져 가는 한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서 제외됐다.

안심소득은 재산 3억2600만원이 안 되거나 중위소득 85% 이하면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혜택이 집중되는데, A씨와 같이 월 소득이 ‘0원’인 1인 가구는 중위소득 85%가량의 절반이자 지원금 최대치인 88만3110원(2023년 기준)을 받게 되는 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이 전 국민에 일률적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식인 반면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대상 선별복지라 할 수 있다. 예술인 등 특정 직업이나 세대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기회소득’과도 차이가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안심소득 실험 2단계, 규모도 2배 커져

서울시는 우선 1단계로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에 지난 6개월간 안심소득을 지급했다.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 등을 진행 중이다.

시는 지난 9일부터 2단계 안심소득 지급에 나섰다. 이번에는 중위소득 85%까지 범위를 넓혔다. 모집 대상도 1단계보다 600가구 증가한 1100가구로 늘었다. 서울시는 애초 안심소득 사업 총예산을 5년간 226억7300만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원 가구가 많아진 만큼 2배 정도 증가한 490억1200만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심소득은 기존 복지체계의 사각지대를 좁히고 전 세계 처음으로 시행되는 ‘정책실험’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물론 안심소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건 없이 현금을 받으면 자칫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모핏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6일 열린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 근로자는 기본소득을 줬을 때 대체로 근로 의욕이 상당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계층도 근로 의욕이 약간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단계 안심소득 성과를 분석, 직업훈련 등 다른 복지 제도와 연계해 정책 효과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포럼에서 "안심소득 시험사업 기간 최대한 많은 실험을 거쳐 장단점을 파악하고 안심소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포럼에서 "안심소득 시험사업 기간 최대한 많은 실험을 거쳐 장단점을 파악하고 안심소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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