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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번엔 ‘대장동 의혹’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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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달 말 검찰에 출석하라고 소환 통보했다. 2021년 8월 성남시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 1년4개월 만에 ‘몸통’으로 지목받던 이 대표를 부른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성남지청 소환조사를 받은 지 엿새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소환에 응할 계획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됐는데 문 정권이 사적 보복 수사를 했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7일 국내 송환의 정치적 의도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깡패 잡아 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라고 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 측에 배임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달 27일과 30일 등 복수의 날짜 중 선택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택지개발이익 4054억원 등을 챙기게 하고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통해 내부 공무상 비밀을 빼내 이익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추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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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개발업자들의 대장동 배임액을 ‘651억원+α(액수불상의 분양 이익)’로만 기소했다. 지난 12일 대장동 일당이 공무상 비밀을 이용해 택지개발이익 4054억원,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 화천대유의 자산관리 위탁수수료 140억원 등 모두 7886억원의 사익을 얻었다며 이해충돌방지법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2년에 걸친 검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수익이 12배로 늘어난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구속기소)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구속기소)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업자들에게 사업 편의를 제공하고 각각 수억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428억원의 대장동 개발이익을 약속받은 과정에 대해 이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이 이 중 일부를 2014년 성남시장 재선, 2021년 대선 경선 등 이 대표의 선거자금 용도로 받은 혐의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대장동 의혹 ‘몸통’ 지목 16개월만에 이재명 첫 조사 시동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검찰 소환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검찰 소환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민용 전 성남도공 전략사업실장은 이날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공모지침서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했냐는 질문에 “처음 설계부터 이 시장 아이디어로 했고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 전부 다 이 시장이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정진상 전 실장 등이 대장동 개발업자들을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관여하는 과정에 이 대표도 개입했는지를 따져볼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정 전 실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피고인은 당시 이재명 시장 재선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개인적으로 금품을 취득할 생각에 남욱 등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로 내정해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정확한 출석 일자는 검찰과 협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소환조사를 마친 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회기 중엔 국회의 체포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과반(169석)인 터라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란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민주당은 하지만 두 번째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당 대표실로 소환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당내에선 “출석 여부는 이 대표가 개인 변호사들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앞서 지난 10일 성남FC 의혹 사건 소환 땐 “당당히 임하겠다”며 출석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기류다.

대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요구는 윤석열 정치검찰의 사생결단 정치쇼”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대장동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직접 뇌물을 수수하거나 그릇된 결정을 했다는 증거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이번 소환 요구도 설을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검찰의 악랄한 언론 플레이이자 야당 죽이기의 일환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침묵했지만 앞서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공익 환수를 위해 노력했을 뿐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반발했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 사안은 사적 보복 프레임이 성립되지 않는 단순한 범죄 수사”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수사받는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분도 많고 구속된 분도 많다.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신 분들도 있다. 맥락에 맞지 않는 공허한 음모론이나 다수당 힘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고 하면서다. 한 장관은 “성남FC와 대장동은 성남시에서 있었던 지역 토착비리 범죄 혐의”라며 “통상적인 토착비리 범죄 수사 절차에 따라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린 법제사법위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만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두곤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검찰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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