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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으론 부족해” 레고가 택한 두 번째 아시아 기지, 어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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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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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가 아시아 두 번째 제조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2024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 해당 공장은 44헥타르(108acre) 크기로 3억 2천만 달러 이상이 투자됐다. 현지에서 최대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레고 그룹은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한층 더 확장하게 된다.

해당 공장은 레고 그룹 최초의 ‘탄소중립’ 공장이다. 태양 에너지로 구동되는 이 공장은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연간 에너지 요구량의 100%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 공장,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화한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 지어진다. 레고는 현재 중국 저장성 자싱(嘉興)에 아시아 1공장을 구동 중이다. 중국에 두 번째 공장을 지을 거라던 모두의 예상과 달리, 레고 그룹의 아시아의 두 번째 공장은 바로 베트남이 됐다.

베트남은 이로써 레고의 여섯 번째 글로벌 기지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중산층의 경제적 성장이 이뤄지며 덩달아 레고 수요도 급증하기에 유럽·북미보단 아시아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레고 그룹이다. 그러나 중국 공장만으로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사진 chin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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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세계 공장으로 떠오르는 인도가 아닌 왜 베트남일까. 베트남 라스무센(Rasmussen) 레고 그룹 최고 운영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베트남 정부의 재생 에너지 생산 인프라 확장에 대한 투자 계획과 고품질 투자를 추구하는 외국 기업과 협력하는 공동 접근 방식이 이곳에 건설하기로 결정한 요인 중 하나였다”.

베트남도 중국 못지않게 탄소중립 실현에 열을 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오는 2030년까지 전력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2억 4000만 톤에서 1억 7000만 톤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2월 G7 등 선진국 그룹이 베트남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에 향후 3~5년간 155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탄소중립뿐만 아니다. 베트남은 탈중국 기조와 더불어 공급망을 다양화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베트남은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미국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제조업체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 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 타임스〉에 따르면 2022년 1~10월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2% 증가한 174억 5천만 달러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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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수년 전부터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계속 이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폭스콘 사태를 계기로 공급업체들에 아시아의 다른 지역, 특히 인도·베트남에서 제품을 더 많이 조립하도록 계획하게 했다. JP 모건에 따르면 2025년까지 베트남 내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는 전체 생산량의 20%, 맥북은 5%, 에어팟은 6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콘은 올해 5월부터 베트남 공장에서 맥북 생산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이를 위해 지난해 3분기까지 베트남 북부 박장에 총 15억 달러(약 1조 8584억 원)를 투자했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홍콩 진코솔라(Jinko Solar)는 9억 달러, 미국 코카콜라는 1억 3천만 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했다.

첨예한 미·중 경쟁, 장기 침체하는 중국 경제, 중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등의 요인으로 베트남은 주요 수혜국이 되었다. 경제 성장률도 덩달아 올랐다. 베트남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8%대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지난달 29일 202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0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2.58%보다 세배 넘게 성장했고, 2022년 목표치였던 6.0~6.5%를 훌쩍 넘긴 수치였다.

로이터 통신은 베트남 경제가 1997년 이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국민의 소비 여력이 높아졌고 지역 내 제조업 공장들이 생산을 재개한 점을 성장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6.96%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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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과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점차 중국의 제조업 파이 한 조각을 깎아내려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이 지배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입 모은다.

그런데 이젠 중국 기업도 ‘메이드 인 베트남’ 딱지를 붙인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이슈 때문이다. 무역분쟁 속에서 미국의 견제나 충돌을 피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속셈이다. 또 월 평균소득이 670만 동(35만 3090원)에 불과한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는 중국 기업을 베트남으로 향하게 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현재 베트남 남부 지역에 LCD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달엔 고부가가치 산업인 OLED 공장을 베트남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무려 4억 달러(약 4946억 원)를 투자해 베트남 북부 지역에 두 곳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의 테슬라 BYD도 베트남에 진출한다. 지난 13일엔 베트남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품이 생산되는지, 배터리나 관련 부품이 포함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투자액만 2억 5천만(약 3100억 원)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베트남에 속속 진출 중이다. 삼성· LG ·효성· LS는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삼성은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으로, 6억 7000만 달러를 들여세운 박닌 스마트폰 공장은 베트남 전자산업 부흥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

그러나 베트남에 너무 의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 들어가면서 베트남에서 쌓아온 경쟁력이나 혜택이 분산되어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기업들이 제조 기지로서 베트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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