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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플랫폼 말고도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 ‘공장’ 만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모빌리티의 하드웨어 팩토리 '네모개러지' 개소식에 참여한 회사 임직원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하드웨어 팩토리 '네모개러지' 개소식에 참여한 회사 임직원들. [카카오모빌리티]

‘1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공장을 만들었다. 각종 이동체와 로봇, 부품을 직접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용 팩토리다. 경기 침체와 정부 당국의 규제로 포위된 플랫폼 기업이 기술 개발로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야

16일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 하드웨어 개발용 연구소 ‘네모개러지’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열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이동체 연구와 디지털트윈 구축 등에 필요한 기기를 직접 제작하며 연구하기 위해, 사내 설비와 인력을 한데 모아 공장형 연구소를 개소한 것.

카모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미래이동연구소’ 직원들이 여기로 출퇴근하게 된다. 연면적 2734㎡, 6개 층 건물 안에 ▲메이커 스페이스 ▲데이터 저장 장치 ▲디지털트윈 팩토리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등을 갖췄다. 이 안에서 직접 각종 이동체의 부품과 기본 타입을 만들고 디지털트윈 솔루션도 개발하며, 각종 자율주행 차량 및 로봇을 설계에서 초기형 제작 및 검증까지 수행한다. 장성욱 카모 미래이동연구소장은 “플랫폼 기업 최초로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특화된 전용 연구소를 확보했다”며 “글로벌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야

모빌리티 B2C 플랫폼 1위인 카모가 “플랫폼에 머물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했다. 카모는 카카오T 플랫폼 안에 택시·대리운전·퀵서비스·주차장·자전거·셔틀·기차표까지, 모든 이동 서비스를 갖춰놓고 B2C 이동 관문을 자임했다. 그러나 서비스의 ‘중개자’로서, 택시업계와 대리기사 등 이해관계자와 수수료나 일감 배분 등을 놓고 때마다 극심한 갈등을 겪어 왔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플랫폼의 독과점을 판단하는 ‘온라인 플랫폼 심사 지침’을 발표하며,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은 물론이고 무료 서비스의 개인정보 수집 등도 감시하겠다고 규제 의지를 피력한 상황.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 콜 먹통'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 콜 먹통'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카모는 그간 자율주행과 3D 정밀지도, 측위(위치 측정) 기술 등을 연구해 내비게이션과 각종 호출 알고리즘, 자율주행 셔틀 실증 등 카카오T 플랫폼의 각종 서비스 내에 녹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을 더 갈고 닦아 직접 이동체 기기를 제작하며 사업화하겠다는 것.

용어사전디지털트윈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 공간, 환경 등을 디지털 세계에 똑같이 구현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 주로 제조업에서 많이 쓰였으나 요즘은 의료, 에너지, 금융, 공공 서비스 등에도 쓰인다. 디지털 트윈은 사물 인터넷(IoT), 센서, 5G 통신의 기술을 통해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 세계 모델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쌍둥이와 같이 동작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런 점에서 독립된 가상세계의 운영에 중점을 두는 메타버스와는 다르다.

회사는 이번 팩토리 개소에서 ‘미래 이동체’와 ‘디지털트윈’에 방점을 찍었다. 두 분야의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업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두 기술의 밑바탕이 되는 고정밀 지도 구축용 MMS(모바일 맵핑 시스템) 장비 ‘아르고스(ARGOS)’를 필요한 환경별로 최적화해 자체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스마트공장이나 산업용 시뮬레이션, 특수 목적용 자율주행 같은 B2B 기술로 직결된다.

카모 측은 “기존에는 자율주행과 센서 검증, MMS(Mobile Mapping System, 이동형측량시스템) 장비 제작 등을 개별적으로 해 왔으나 이제는 설비와 인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높이고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걸 알아야 해 : 글로벌 흐름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의 흐름도 승용차 완전자율주행(레벨 5)보다는 레벨 2, 3 단계 기술의 구체적 상용화로 돌아서고 있다. 특정 구간을 무인 운행하는 화물차, 자율주행 농기계, 완성차에 적용되는 ADAS(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등이다. 기존 산업에 바로 적용해 상용화할 수 있는 B2B 분야 모빌리티 기술이 주목받는 것.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쇼 CES에서도 이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자율주행과 정밀지도 디지털트윈 같은 모빌리티 기술기업들은 스마트공장, 화물 물류 등 기존 비즈니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쪽으로 기술 및 제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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