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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주는 단어" 반발…'조현병'처럼 치매도 용어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치매(癡呆)’라는 병명을 바꾸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치매라는 용어가 병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준다는 일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노인 손. 사진 픽사베이

노인 손. 사진 픽사베이

보건복지부는 16일 오전 10시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해 치매 용어 관련 해외 사례와 다른 병명 개정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는 치매 용어를 바꾸고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 관계자와 의료계·돌봄·복지 분야 전문가, 치매 환자 가족단체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윤신 복지부 노인정책관 직무대리가 맡았다.

치매관리법에 따르면 치매란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를 말한다. 복지부는 “치매라는 말은 ‘정신이상(Dementia)’이라는 라틴어 의학 용어 어원을 반영해 ‘치매(癡呆·어리석다)’라는 한자어로 옮긴 것”이라며 “일본에서 전해 받아 해당 한자어를 한국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용어가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있었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해외에선 실제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대만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으로,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으로 병명을 바꿨다. 홍콩과 중국은 각각 2010년과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개정했다. 미국 정신질환 진단기준 매뉴얼인 DSM-5도 2013년부터 ‘주요 신경인지 이상(major vascular neurocognitive disorders)’이라고 표현한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복지부가 2021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3.8%가 치매 용어에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다. 대체 용어로는 ‘인지 저하증’(31.3%)을 선택한 이가 가장 많았다.

앞서 비슷한 우려로 병명이 바뀐 사례가 이미 있다. 2011년 정신분열병은 조현병으로, 2014년 간질은 뇌전증으로 개정됐다. 두 사례 모두 관련 학회에서 대체 명칭을 공모한 다음 법적 개정 과정을 거쳤다.

김혜영 복지부 노인건강과장은 “용어 개정을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의 계기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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