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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의 시장서 착안한 C2C 사업, 이젠 네이버 기술로 승부” [팩플]

중앙일보

입력

“인스타그램·아마존도 우리만큼 (C2C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플랫폼은 아니다. 커뮤니티와 커머스에 네이버 기술을 더해 승부하겠다.”

“커머스와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과시적이지만, 포쉬마크는 진정성을 중시한다.”

마니시 샨드라 포쉬마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포쉬마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쉬마크는 현재 북미 C2C(개인간 거래) 커머스 플랫폼 중 1위, 이달 초 네이버가 12억달러(1조5000억원)에 인수를 완료했다. 인도 델리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 칸푸르(Kanpur) 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UC버클리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CEO실에서 만난 마니시 샨드라 포쉬마크 창업자·CEO. 그는 "포쉬마크는 진정성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CEO실에서 만난 마니시 샨드라 포쉬마크 창업자·CEO. 그는 "포쉬마크는 진정성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포쉬마크는 그의 두 번째 창업이다. 홈데코 커머스 기업 ‘카부들’(Kaboodle)을 2005년 창업해 미디어 기업 허스트에 2007년 매각했고, 2011년 포쉬마크를 세웠다. 인터뷰에서 그는 “우린 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테크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직원 830여명 중 기술·개발 인력 비중은 30% 이상. 인스타그램·아마존 등 기존 SNS·커머스 기업들도 C2C 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미국 내 C2C 커머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네이버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이유는 뭘까. 다음은 샨드라 CEO와의 일문일답.

“네이버 기술로 아마존·인스타와 승부한다”

C2C 플랫폼이 다양하다. 포쉬마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글로벌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것. 우리는 지역 판매자 인벤토리(재고 목록) 뿐만 아니라 서비스 되는 모든 지역의 인벤토리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수백만 명의 이용자들이 올린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또 우리는 소셜 마켓이다. 얼핏 인스타그램·아마존·이베이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사업 첫날부터 소셜과 커머스를 결합한 우리는 이들과는 많이 다르다.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 경험이 아주 단순하다. 이용자들은 자기 집에 앉아서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결제도 마찬가지로 단순하다.  
포쉬마크의 경쟁자는 누군가. 인스타그램? 틱톡?
경쟁자를 소셜 플랫폼으로 볼 수도, 이커머스 회사로 볼 수도 있고, 마켓 플레이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어디도 우리의 경쟁자는 아니다. 왜냐하면 네이티브한 소셜과 커머스, 마켓플레이스를 모두 결합한 곳은 우리 말고는 없으니까. 아마존도 쇼핑에 소셜을 추가하고, 인스타그램도 커머스를 추가하려 했지만 이 모든 걸 동시에 성공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지속하지 못했다. 이 세 가지를 다 결합한 우리가 독보적이고 특별한 이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의 포쉬마크 사무실에 방문해 임직원과의 상견례 및 사내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의 포쉬마크 사무실에 방문해 임직원과의 상견례 및 사내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회사라고 봤다. 콘텐트, 커뮤니티, 그리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 위임)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점에서 통했다. 사실 리커머스(recommerce, 재거래) 시장에서 상당한 글로벌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많은 자원을 가진 회사니까. 전문성, 기술력, 마켓 포지셔닝 같은 경우에서 우리의 큰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면, 라이브 쇼핑과 글로벌 확장 말이다. 또 (네이버에 인수된) 비상장자로서 우리는 커뮤니티 형성에 장기적 관점에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에 기대하는 시너지가 있나.  
미국에서의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 전략 수립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리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 그래서 전 세계 이용자들이 어디에 있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 진출 계획은.   
논의를 막 시작한 단계지만 글로벌로 성장이란 파트너십 방향을 보면 고려해볼 수 있다.  
엔데믹과 경기침체가 IT 산업에도 영향을 주는데, 포쉬마크 상황은 어떤가.  
경제나 그런 매크로 요인을 볼 때 고객층이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 상황에서 포쉬마크는 고객에게 두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첫째, 옷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포쉬를 찾을 수 있다. 둘째, 포쉬를 통해 이 상황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 서비스는 의미가 있다. 누구나 포쉬에서 돈 벌 수 있고, 쇼핑 가능한 옷장들을 더 확장하고 있다.  

델리의 시장에서 배운 커뮤니티·커머스  

인도 북부의 거대 수도권이자 인구 2000만명에 육박하는 델리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시장을 집처럼 오갔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시장에서 운영하는 약국을 들락거리며, 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서로 흥정하고 교류하는 ‘커뮤니티 커머스’의 현장을 보고 자랐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이를 온라인에 실현할 꿈을 품었다고 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포쉬마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마니시 샨드라 CEO. 사진 네이버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포쉬마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마니시 샨드라 CEO. 사진 네이버

포쉬마크는 두 번째 창업이다. 연쇄 창업 결심 계기는.
첫 창업한 카부들에서도 쇼핑과 커뮤니티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용자들이 각자 가진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었다. 포쉬마크와 가장 큰 차이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어 수백만 이용자를 모으는 데 그쳤다. 포쉬마크 창업 때 목표는 몇 백만이 아닌 몇 억명의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었다.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 파트너가 됐으니 꿈을 크게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또 다른 창업 계획도 있나.  
커피 컵을 예로 말해볼까. 누군가는 컵을 보면 커피 마셔야지 정도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커피 카트를, 누군가는 카페를 떠올리지만, 누군가는 스타벅스와 같은 사업을 시작한다. 포쉬마크로 다시 돌아오면, 우리는 옷장을 보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떠오른다. 아직 그 여정의 10%, 20%도 오지 않았다. 포쉬마크로 보여줄 게 아직 더 많다.   
기술 혁신을 위해서라면 현지 빅테크나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면 되지 않나. 지분을 네이버에 다 넘기면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한 배경은 뭔가.  
글로벌 이해도와 아시아 시장에 대한 (네이버의) 강점 때문이다. 더 좋았던 건, 포쉬마크에 대한 이해였다. 네이버 기술을 포쉬와 연동해 라이브 스트리밍 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네이버가) 많이 고민했더라. 또 네이버가 많은 시간과 돈을 고객에게 투자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런 회사, 별로 없다.  

포쉬마크의 2021년 기준 연간 거래액(GMV)은 18억달러(2조2680억원), 매출은 3억3000만달러(4158억원)다. 2023년은 네이버 기술을 통해 커뮤니티와 커머스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2024년부터 흑자를 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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