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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홀로 집에' 넘어야 산다…"출마 100%" 말나온 나경원 과제

중앙일보

입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직에서 해임된 지난 13일 참모 회의에서 대변인 인선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이 대변인으로 지목한 김민수 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은 다음날 취재진과의 온라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대언론 창구 역할을 시작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뒤 성당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뒤 성당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처럼 나 전 의원의 행보가 점점 전대 출마쪽을 향하자 주변에선 “출마는 이미 100%”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는 게 당내 관측이다.

①비윤 프레임=원래 범친윤계로 분류되던 나 전 의원이었지만,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부터 친윤계 본진과 멀어진 게 최대 고민거리다. 지난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은 물론, 사의를 표하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에서까지 해임된 직후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으로부터 “반윤의 우두머리”라는 공격까지 받았다. 장 의원은 다른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돕고 있다.

잠행 중인 나 전 의원은 이런 반윤 딱지에 15일 적극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제2의 진박(眞朴ㆍ진실한 친박근혜)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썼다. 2016년 총선때 새누리당에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대거 공천 탈락시키는 바람에 자중지란이 벌어졌던 상황을 윤핵관이 자신을 ‘박해’하는 것에 빗댄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러자 장제원 의원은 즉각 “저는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며 설전을 이어갔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대표 경선은 100% 당원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배신의 정치’ 이미지가 굳어지면 나 전 의원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내가 왜 반윤이냐’며 억울해한다”며 “우리는 윤 대통령에 호가호위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데 집중할 뿐이지, 윤 대통령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나 전 의원 지지층은 윤 대통령 지지층과 겹치는 측면이 있다”며 “나 전 의원은 친윤계의 반윤 프레임엔 맞서 싸우되, 윤심(尹心)은 거스르지 말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②원내 고립무원=선거 운동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나 전 의원의 약점으로 꼽힌다. 김기현 의원 등 경쟁 주자는 이미 캠프를 꾸려 연일 세 과시에 나섰지만, 나 전 의원을 돕는 인사는 전직 의원 몇몇이 전부고 현직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원내대표 시절 원내지도부로 임명했던 인사도 이미 상당수가 다른 당권 주자 편에 섰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영화 ‘나홀로 집에’에 비유해 “羅(나경원)홀로 집에”라고 비꼬았다.

이런 상황에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친윤계가 대놓고 융단폭격을 하는 마당에, 어느 누가 감히 나경원 옆에 설 수 있겠느냐”면서도 “우리가 원내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반윤핵관’ 정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윤핵관이 당권을 잡아 총선을 치르는 것에 불안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③비주류 경력 부족=나 전 의원은 정치 입문 이래 당내 주류에 맞서 싸운 경험이 별로 없다. 대통령실과 갈등의 발단이 된 헝가리식 빚 탕감 정책 논쟁에 대해서 한 당직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말에 불과한데도 친윤계가 강하게 꼬투리 잡은 건, 평소 나 전 의원의 유약한 이미지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을 계속 압박하면 주저앉을 것으로 봤단 것이다.

하지만 비윤계를 중심으로 “별의 순간이 왔음에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별똥별이 되어 버리면 어둠만 남는다”(김용태 전 최고위원)이란 얘기도 나온다. 보수 진영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본인 홈페이지에 “나경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장수(將帥)”라며 “장수는 불명예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설욕하려 들 것”이라고 출마에 힘을 실었다. 20대 국회 때 나 전 의원과 같이 일한 인사는 “당내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확실한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도 저도 안 하면 이도 저도 아닌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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