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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신용자들 힘들게 하는 최고금리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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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낮추기만 했던 법정 최고금리 이번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낮추기만 했던 법정 최고금리 이번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법정 최고금리 20%, 최근 고금리 추세 반영 못 해    

제도권 대출시장 제대로 돌아가게 정책 고민해야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건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많이 오르면서 최고금리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10월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연 66%로 정한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라 2021년 7월 연 20%까지 7차례 인하됐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저소득·저신용 취약층의 과도한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착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 직후에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대출시장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지난 1년5개월간 3%포인트나 뛰면서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대출시장이 얼어붙었다. 조달비용은 커졌는데 최고금리 규제 때문에 역마진이 우려되자 대출을 줄인 것이다.

지난 주말 중앙SUNDAY 보도에 따르면 실제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과 일부 대부업체가 최근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대출 난민’이 된 저신용자들은 제도권을 벗어나 사채시장으로 밀려날 처지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018~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0%로 하락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64만~73만 명이 이동했다고 추산했다.

사채시장에선 연 200%가 넘는 고금리와 가혹한 빚 독촉이 여전하다. 저신용자가 이런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으려면 금융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총량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청년층·소상공인 등 취약차주의 특성에 맞게 상환능력을 잘 따져서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법정금리 규제가 중금리 이상 제도권 시장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법정금리를 최근의 고금리 기조를 반영해 조정하거나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 당장 제도권에서 법정 최고금리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출자가 있는 만큼 정책 변경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 금융 당국도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과 금융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저신용자들이 제도권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법정금리 인하와 관련,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그게 시장원리다. 신용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책정하는 게 시장이다. 금리가 다소 높아져도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