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외국인 노동자…여론은 "수용 불가피" [新애치슨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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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국내 외국인 취업자 규모가 80만명을 넘긴 지 올해로 10년째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은 "외국인 노동자 수용이 불가피한 기류"라며 "이들이 일자리를 뺏거나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답했다. 외국인 노동력 수입을 놓고 국내 여론은 그 불가피성을 점점 더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아시아 국가로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57.2%가 동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84만 3000명이다. 고용률은 64.8%로 전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2014년 이미 80만명을 넘어섰던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2015~2016년 90만명대까지 늘었다가 코로나19 국면 이후론 줄곧 80만명대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일례로 '외국인 노동자 확대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49.6%가 동의하지 않았다. 동의한 비율(43.1%)보다 6.5%포인트 높은 수치다. '국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3.9%가 반대해 동의한 비율(40.4%)보다 13.5%P 높았다.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국에서 생활 중인 외국인 대표들이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외투와 식품들이 담긴 상자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국에서 생활 중인 외국인 대표들이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외투와 식품들이 담긴 상자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중국ㆍ중앙아시아의 우리 동포부터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응답자의 과반인 54.5%가 동의해 중국이나 중앙아 등지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동포 등을 우선 받자는 정서를 보여줬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는 모습. 뉴스1.

생산인구 감소에 직면한 일부 국가들은 해외 노동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15년에 특정 분야 '고급 인재'의 경우 체류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고 2017년엔 외국인 연구자, 경영자에 대해 영주권 취득 요건을 완화했다. 전통적인 인력 송출국으로 꼽히던 중국도 최근 해외 우수 인재 유입국으로 방향을 트는 추세다. 호주도 인구 정책의 목표 중 하나가 이민을 통한 저출산ㆍ고령화 대비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의 주요국들은 내국인이 꺼리는 산업에서 일할 필수 인력을 확보하고, 지식기반산업에 종사할 고숙련 전문직 종사자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국제 이주로 인해 인종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민자와 내국인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공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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