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년 내내 툭하면 싸우는 두 치킨집…BBQ·BHC '치킨게임'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HC '뿌링클'(왼쪽), BBQ '황금올리브치킨'. 사진 각 사

BHC '뿌링클'(왼쪽), BBQ '황금올리브치킨'. 사진 각 사

뿌링클과 황금올리브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치킨 브랜드 BBQ와 BHC는 원래 한 집안이었다. 하지만 2013년 회사가 분리된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2400억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에 개인 간 형사고소까지 뒤섞인 그야말로 ‘치킨게임’이다.

지난 13일 서울고법은 박현종 BHC 회장에게 “BBQ에 약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BQ와 BHC 사이 분쟁의 시작이 된 2013년 BHC 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싸움은 2013년 BBQ가 BHC를 팔 때 시작

BBQ는 1995년 윤홍근 회장이 설립해 몸집을 키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다. BHC는 2004년 BBQ에 흡수됐다가 2013년 다시 분리돼 나온 브랜드다.

이들의 이별은 첫 단추부터 꼬였다. 2013년 6월 1130억원을 주고 BHC를 사간 미국계 사모펀드가 “BBQ가 매장 수를 잘못 알려줬다”며 이듬해 9월 국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한 것이다. 이 매각 과정이 이후 10년간 이어진 모든 분쟁의 실마리가 됐다.

BBQ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선 당시 매각 사무를 담당했던 ‘키맨’의 증언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키맨’이 바로 BBQ에서 글로벌 사업부문 대표를 지낸 현재의 박현종 BHC 회장이었다.

증인으로 나선 박 회장은 “BBQ가 가맹점 수 관련 주요 정보를 (사모펀드 측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BBQ에 불리하게 증언했다. 결국 패소한 BBQ는 사모펀드에 96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신뢰 끝’ 계약해지 vs “3000억 물어내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두 치킨 프랜차이즈의 싸움은 이때부터 불이 붙었다. 96억원 손해배상이라는 타격을 입은 BBQ는 BHC와 상품·물류 등과 관련해 10년간 독점 계약했던 것을 깨버렸다.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BBQ는 BHC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10년 독점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BHC는 즉시 소송으로 맞받아쳤다. 상품 계약을 깬 데 대해 540억원, 물류 계약을 깬 데 대해 2400억원을 물어내라고 했다. 1심은 상품계약 해지에 대해 340억원, 물류계약 해지에 대해 133억원을 BBQ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선 액수가 각각 120억원과 85억원으로 줄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BHC의 ‘2400억원 손배소’에 맞서 BBQ는 ‘1000억원 손배소’를 제기했다. 회사 분리 후 BHC가 영업비밀 등을 빼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BHC가 열람하거나 가져간 문서는 경영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BBQ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BBQ는 2019년 BHC 박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4년 사모펀드와 국제중재 사건 당시 박 회장이 허위 증언을 해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의 결과가 지난 13일 서울고법 판결이다. 이 사건의 1심은 “박 회장이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건 맞지만, BBQ 본사도 매각 과정을 감독하고 확인할 책무가 있어 박 회장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박 회장이 정확한 BBQ 매장 정보를 사모펀드 측에 e메일로 제공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증언을 해서 BBQ가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이 BBQ에 27억여원을 배상하게 된 이유다. BHC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걸핏하면 서로 소송 내는 상황

BBQ 윤홍근 회장(왼쪽), BHC 박현종 회장. 사진 BBQ, 중앙포토

BBQ 윤홍근 회장(왼쪽), BHC 박현종 회장. 사진 BBQ, 중앙포토

이게 끝이 아니다. BHC 박 회장은 국제중재 사건 당시 BBQ 전산망에 침입해 내부 문서를 열람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박 회장은 같은 사건에서 BBQ 직원을 위증죄로 고소했는데 무혐의로 종결됐고, 오히려 박 회장이 무고죄로 고소당한 상태다. 한편 BBQ 윤홍근 회장은 개인 회사에 BBQ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배임)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BBQ는 율촌과 화우, BHC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리하며 걸핏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BHC의 ‘블랙올리브 치킨’에 대한 상표권 소송도 제기됐지만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는 단어’라며 기각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