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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원로' 김형오 "나경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장수 중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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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5일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친윤(친윤석열)계 공세를 받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당내 몇 안 되는 장수(將帥) 중 한 사람"이라며 "1년 후에 치를 총선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장수들이 합심해 정치 생명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나경원은 장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수는 명예를 먹고 산다. 불명예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설욕하려 들 것이다. 지금 나경원이 그런 상황에 몰리지 않았나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번 당대표로부터 호된 시련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실로선 궁합이 맞는 당대표를 당연히 선호할 거고, 이른바 핵관들이 나서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라며 "국내외적 여건이 만만찮고, 지지율 답보에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현실에서 핵심 관계자들의 마음은 급하고 초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럴수록 신중하고 현명하게, 때로는 느긋한 척해야 한다. 합리적인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전략과 대책을 잘 세워야 하고, 특히 표현(말)을 잘해야 한다"며 "말 한마디, 표현 하나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돌아서게도 한다. 그런 점에서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 조치'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몇 인사들의 나경원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지나친 감을 준다. 과연 그가 그렇게 비난받을 일을 했는가"라면서 "이준석이 대표로 있을 땐 입도 벙긋 안 하더니 왜들 이러는가.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덧셈의 정치를 해도 부족할 판에 뺄셈부터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총선은 전장을 누빌 장수 부족에 코로나 대책이 전무했고, 대선은 대통령 후보를 뒷받침할 장수를 활용 못 해 아슬아슬했고, 대통령 취임 직후의 지방선거 역시 장수 역할 분담과 이슈 주도를 못 해 압승을 놓쳤다"며 "이번 사태로 당은 또 한 번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와 당대표 선거를 통해 당이 다시 뭉치고 뻗어 나가느냐, 반대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느냐는 장수들에게 명예와 인정감을 얼마만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전자의 경우라면 총선 승리와 정국 안정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고 후자라면 당은 또다시 패배할 것이다. 당내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그다음"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냉정하다. 조금만 잘못해도 금방 돌아선다. 선거도 하기 전에 내부 갈라치기부터 하면, 선거 후의 모습이 지극히 우려스럽다"며 "거친 말과 날 선 공방으로 민심까지 날려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여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목소리 큰 사람들이 뭐라 말하든 나경원에게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권력으로부터 핍박받고 그것을 극복한 사람은 대권 반열에 올랐다"며 "그가 대표 출마를 선언하든 하지 않든 명예를 살리려는 정치인으로서의 심사숙고가 시작됐다. 장수로서의 나경원의 결단이 한국 정치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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