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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필로폰인데…돈스파이크 집유, 중견가수 실형 가른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작곡가 돈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9차례에 걸쳐 100여g 필로폰(4560만원어치)를 매매·투약하고도  실형을 면한 요인 중 하나는 “수사에 협조하였고,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50만원을 주고 필로폰 1g을 구입한 뒤 투약한 중견가수 A씨는 세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지난달 14일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김씨 판결에 대해 검찰은 지난 11일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A씨는 지난달 21일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10여년 전 대마 전과…필로폰과 다르다고 여겨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가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가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3주 차이를 두고 내려진 두 가수의 선고를 가른 변수 중 하나는 범죄 시점이었다. A씨는 지난해 6월 같은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에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 별건으로 진행되고 있던 필로폰 매수·투약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 한 달 정도 뒤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김씨도 같은 죄목의 전과가 있었다. 지난 2010년 대마초 구입·투약으로 두 차례 기소돼 각각 벌금 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재판에 넘겨졌을 때 이미 마약 전과 2범이었던 셈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의 대마 관련 범죄는 현재로부터 10여년 이전의 것이고, 그 이후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고인에게는 아무 범죄전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가 ㅈ난 10월 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가 ㅈ난 10월 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마와 필로폰은 차원을 달리한다. 김씨가 직전에 필로폰 전력이 있다면 모를까 10년 이상 이전의 대마 전력이다 보니 재판부로서도 고민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5년이라는 집행유예 기간이 고민의 흔적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기간을 길게 해서 예방의 효과를 거두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A씨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실형이 안 나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경우에 법원은 원칙적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A씨는 새로 선고받은 1년 6개월에 더해 집행유예의 효력이 사라진 전과 8개월까지 총 2년 2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2명 변호사 선임에 3명 추가…‘사회적 유대’도 인정

유명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 뉴스1

유명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 뉴스1

변호사의 조력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국선 변호인 1명이 사건을 대리한 A씨와 달리 김씨는 두 곳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5명을 선임해 재판을 받았다. 김씨는 검찰·경찰 단계에서부터 함께하던 법무법인에 더해, 재판에 넘겨진 뒤인 지난 11월 또다른 법무법인의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 이중 1명은 김씨 사건을 담당한 오권철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김씨의 공판기일에는 매번 변호사 2~3명이 출석했다. 국선·사선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반드시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국선은 아무래도 사선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이기는 어렵다. 정상자료 같은 부분들을 더 많이 신경 쓰고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받을 수 있는 법률적인 조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 협조’와 ‘사회적 유대’도 김씨 판결문에만 등장하는 내용이다. 마약 사건을 다수 다뤄온 박진실 변호사는 “수사 협조를 많이 했다는 건 자신과 관련됐던 마약 사범들을 제보하면서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걸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적 유대관계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원래 사회활동을 했던 사람인 만큼 주변에서 잘 돌보면서 관리·감독하겠다고 약속을 할 경우 참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집행유예를 줄 수 있는 최대형인 3년을 선고한 건 재판부로서도 (실형이냐 아니냐의) 경계선상에서 고민하다가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집행유예 선고가 ‘의외의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한규 변호사는 “(김씨는) 동종전과가 있는 상황에서 투약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나눠주기까지 했다. 마약의 양도 상당하고 거래 방식도 이례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집행유예는 이례적인 판결이다. 마약사범에 대한 잘못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검찰관계자는 “법원이 초범이 마약사범에 대해선 죄질을 따지지 않고 습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약사범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11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마약범죄의 중대성 ▶2회의 동종 마약 범죄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한 점 ▶취급한 필로폰 양이 상당하고 범행 횟수도 많은 점 ▶범행을 숨기기 위해 공범에게 마약을 대신 수령하게 하거나 공범의 예금계좌를 이용하여 거래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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