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마무리 발언은 즉석에서 대통령의 소신,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부대변인의 설명처럼 대통령실은 최근 주요 회의 때마다 윤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을 날 것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정제돼 언론에 공개되는 것이 관례였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나오는 배식이 좋아야 국가가 나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청년이 느낍니다(11일 국방부 업무보고)”라거나 “대학이 혁신을 못 하면서 대학교수가 공무원도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 안 되죠(5일 교육부 업무보고)”와 같이 구어체 그대로 출입기자단에 공지되고 있다. 양도 상당하다. 통상 7000~8000자로 원고지 40장 분량에 달한다. 회의 시작 전 준비된 원고를 읽는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더하면 1만자를 넘기기 일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무리 발언 공개 이유에 대해 “국민에게 회의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과 국정철학을 투명하게 국민과 전 공직사회에 공유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도 “참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정철학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정책 추진 방향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외교·국방부 업무보고에선 전술핵과 일본 방위비 증액 등에 대한 민감한 발언도 쏟아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달래려 대통령이 확고한 안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 전문이 처음 공개된 건 이태원 참사 때였다. 그전까진 모두 발언과 대통령실이 전한 축약본만 전달돼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앞에 두고 경찰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고, 1만자에 달하는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례적인 발언 공개에 대해 윤석열식 화법과 도어스테핑 중단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명확하게 전달되길 바란다”며 “대선 기간에도 발언 의도와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것에 답답함을 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화법 자체가 만연체에 가까워 애초 짧은 문답이 오가는 도어스테핑과는 안 어울리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만자에 달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회의 때마다 공개되는 것이 “오히려 주목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문장씩 따로 살펴보면 모두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인데, 발언이 길어지며 묻혀 버린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이 길다 보니 회의 때 “가능한 대통령과 먼 곳에 앉혀달라”는 민원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가감 없이 알게 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선 아직 드문 일”이라며 “찬반은 있겠으나 시도 자체는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