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판타지 체험…테마파크화 되는 영화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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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호 16면

‘아바타2’로 본 극장의 미래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미래에도 영화관이 있어야 되는 이유를 보여준 영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 2)을 본 뒤 ‘네이버 영화’ 플랫폼에 올린 관람객(ydg3****)의 한줄평이다. ‘아예 나비족을 캐스팅 해 찍은 실사영화 같은 비주얼’(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아쿠라리움에 있는 줄 알았다’(nice****) 같은 평론가와 관람객의 이구동성 찬사가 쏟아진다. 코로나19의 여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발달로 극장가의 활기가 한 풀 죽은 상황에서 ‘아바타2’는 2009년에 개봉된 전작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진화한 가상세계 메타버스 보여줘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아바타2’는 국내 개봉 30일째인 12일 누적 관객수 9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관람객들이 돌비시네마, 아이맥스 등 특수관을 종류별로 돌며 N차 관람을 이어나가면서 역대 29번째 (외화로서는 9번째) 천만 관객 영화가 될 것이 유력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영화 소비자들이 OTT 스트리밍에 익숙해졌고 뭔가 색다른 체험이 아니면 굳이 극장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극장에 가면 영화를 ‘보는’ 차원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감각적인 경험을 하는, ‘체험하는’ 차원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아바타2’는 영화 소비자들의 변화된 요구에 영화와 극장이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지 정확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바타2’는 3D 테크놀로지뿐만 아니라 기존 영화의 2배인 1초당 48프레임을 써서 움직임을 한결 부드럽게 표현하는 HFR(High Frame Rate) 기술, 사람의 눈과 비슷하게 명암을 잡아내 입체감과 정확한 색감을 표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 등 여러 첨단기술을 동원해 몰입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이런 기술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특수관을 선호하고 각기 다른 체험을 선사하는 종류별 특수관을 여러 개 돌며 N차 관람을 하게 된다.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관에서 3D 안경을 착용하고 ‘아바타2’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사진 메가박스]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관에서 3D 안경을 착용하고 ‘아바타2’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사진 메가박스]

영화진흥위원회의 11일 현재 통계에 따르면 3D, 아이맥스 3D, 돌비시네마 3D, 4D, 스크린X를 포함한 특수관 관람객이 ‘아바타2’ 누적 관람객의 51%를 차지하며 이들 특수관의 티켓값이 더 높기 때문에 매출은 62%에 달한다. 영화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 가면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vs 용아맥(CGV 용산 아이맥스) 후기’ 같은 비교 분석 글과 동영상이 수백 건에 이를 정도다.

영화·영상미학 전문가인 정혜진 경희대 교수는 “전작이 나온 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어떤 기술적 발전을 후속편에서 보여줄까 하며 13년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은 이번 결과에 만족한 분위기”라면서 “첨단기술 특수관이 잘 발달한 한국의 관람객들은 이런 기술에 대해 관심과 지식이 많다. 이들은 각 특수관을 관람하며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감각적 경험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온라인에서 비교 분석하며 지식을 나누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게다가 정 교수에 따르면 ‘아바타2’의 내용 자체도 디지털 가상세계의 진화와 관련이 있다. “전작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 아바타에 접속하는 것은 우리가 (싸이월드 같은) 디지털 스페이스에 아바타로 들어가는 것과 닮았다. 이번 ‘아바타2’에서는 설리가 완전히 아바타와 일체가 된 나비족으로서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는 세계에 들어가 있는데, 더 진화한 메타버스를 보여주는 듯하다”고 정교수는 말했다.

‘아바타2’의 몰입적 효과와 그를 실현한 기술에 대해서 극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교한 CGI와 웅장한 분위기에 비해 다소 빈약해 보이는 이야기’(jsho****) ‘CGI에 부은 돈 5%라도 시나리오에 대해 투자 좀 하지?’(asdf****) 같은 비판도 많이 나온다.

영화 저널리스트 이지혜씨는 “이야기는 전작과 거의 차이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다소 지루한 편”이라며 “숲을 떠나 바다에 정착해야 하는 설리 가족의 적응기는 (전작에서) 지구인 설리가 보여준 나비족 적응기를, 설리의 아들이 떠돌이 툴쿤(고래 비슷한 거대 해양생물)과 교감하는 과정은 설리가 (거대한 날짐승 토루크와 교감하며) 토루크 막토로 새로 태어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팬덤 구축, 예술영화도 살아남을 것

영화의 순진할 정도의 선악 이분법은 전작에서보다 더 강화되었다. 모든 비서구화·비산업화 토착민을 상징하는 나비족 사회는 폭력과 불합리가 거의 없는 곳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영화의 대자연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생태계의 일상으로 나타나는 치열하고 비정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없이 오로지 평화롭고 아름다울 뿐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아바타2의 대자연은) 한 마디로 판타지다. 이 영화는 판타지 공간을 체험하는 것인데, 그런 공간에서 자연의 잔혹한 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 않겠는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치유, 그런 환상들을 충족시켜 주는 영화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영화의 빈약한 스토리 지적에 대해 “영화에서 나비족이 형제로 생각하는 거대 해양생명체 툴쿤을 보며 누구나 고래를 연상할 것이고 인간의 툴쿤 학살에서 포경 문제를 떠올릴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고 심정적인 지지를 할 수 있는 그런 소재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정교하게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교수 또한 “예전에는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는데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가 거슬리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바타: 물의 길’ 같은 경우는 CGI 감상에 몰입하는데 스토리가 거슬리지 않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익숙하고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사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렇듯 극장용 영화에서 점점 더 감각적 체험이 중시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극장이 결국은 테마파크화 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렇게 첨단기술과 체험이 스토리보다 중시되는 영화만 극장에 상영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팬덤이 구축되어 있고 극장에 감으로써 그런 팬심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계속 극장 관람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예술영화 전용관들도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거기에 특화된 공간과 이벤트를 제공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만이 아니라 극장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

문소영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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