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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人礦(인광·인간광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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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호 31면

민감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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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코로나19 상처가 깊다. 중국인들은 신조어로 아픔을 달랬다. 한자 누울 당(躺), 평평할 평(平)을 합친 ‘당평’(躺平)이 유행했다. 베어도 베어도 자라는 부추(韮菜·구채)에 자신을 비유했다. 누운 풀은 벨 수 없기에 드러눕자며 소극적 저항을 외쳤다.

새해가 밝자 ‘인광(人礦)’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인간을 광물에 빗댄 것인데 채굴해 사용한 뒤 버려지는 광물 자원처럼 비참한 인간 군상을 말한다.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 긍정적인 표현이라면 인간 광물(human minerals)은 인격을 박탈당한 소모품이다. 앞서 말한 ‘부추’나 오래전부터 익숙한 ‘우마(牛馬)’ 같은 표현보다 더욱 비참하다. 부추는 베어도 다시 자라날 희망이 남지만, 석탄 같은 광물은 재만 남아서다.

중국의 잠재력을 말하던 ‘인구보너스(人口紅利·인구홍리)’가 과연 누구를 위한 보너스인지 모호했다면, ‘인광’은 현실을 본질적으로 드러냈다.  중국판 ‘네이버 지식in’ 이라 할 수 있는 즈후(知乎)에 아이디 장완즈(@章挽之)는 ‘인광’의 뜻풀이를 이렇게 올렸다.  “당신은 자원이다. 주체가 아니다. 당신은 수단이다. 목적이 아니다. 평생 소진한 에너지는 모두 남을 위해서다. 자신이 추구하고 갈망하는 인생은 아니다. ‘인광’이 평생 만드는 에너지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용도 이외에도 새로운 ‘인광’을 채굴하는 데 쓰인다. 때문에 인광은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에 부합한다. ‘인광’의 가치는 가스·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자원과 비슷하다.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희소해지면 가치가 올라간다.”

중국 당국은 ‘인광’을 민감어 리스트에 올려 삭제했다.

역설적이게도 ‘인광’의 저작권은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있다. 물론 그때는 뜻이 지금과 달랐다. 개혁개방 초기이던 1984년 3월 20일자에 사람이 자원보다 중요하다며 ‘인광의 품위’를 말했다. 농촌 향진기업의 변화를 강조한 글에서다. ‘인광’의 뿌리는 신중국 건국 초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민을 ‘나사못’ ‘벽돌’에 비유했던 마오쩌둥의 집단 우선주의에서 근원을 찾는다.

이제 중국에서도 개인이 집단을 우선할 기세다. 장완즈의 ‘인광’ 마지막 초식은 의미심장하다. “각성(覺醒)한 ‘인광’은 고통을 줄이려 잠든 척 가장한다. 침묵하는 ‘인광’만 보아서는 깨어있는 ‘인광’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어느 특별한 순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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