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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사색] 택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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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호 30면

택시
박지웅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문학동네 2012)

옷감을 짤 때 가로방향으로 놓이는 실을 씨실이라 하고 세로방향으로 놓이는 실을 날실이라 합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무명이든 비단이든 편편한 천이 완성되지요. 이것이 마치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의 얽힘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거기에는 한철이나마 아름다웠던 기억이 고여 있을 것이고 두 번 다시 가기 싫은 곳이라면 어떤 참혹이 묻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오래된 옷감이 바래고 해어지듯 긴 시간은 나의 시공간을 재구성해냅니다. 마냥 행복했던 일들이 흐려질까 두려워 그곳을 다시 찾는 일을 포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제 발로 찾아가 떠올리기도 괴로웠던 일들과 직면하기도 하니까요.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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