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수사가 결국 '윗선'에 닿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정부·경찰 고위 인사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정도만 불구속 상태로 검찰로 송치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참사 직후부터 책임론이 제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담을 덜게 됐다. 검찰 수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법적 면죄부를 받은 것과 다름 없게 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자진 사퇴 압박이 있을 때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정치적·도의적 차원의 책임 역시 피해왔다.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 국가 기능의 책임자인 두 사람의 거취 문제는 참사 직후부터 가장 큰 논란 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장관은 여러 책임 회피성 발언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참사 다음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대비나 조치는 불가능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참사 전까지 11번의 112 신고를 받고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장관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말바꾸기 논란도 있었다. 이 장관은 참사 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논란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6월 당시 경찰 통제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경찰청 역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의 지휘라인에 있다”며 “경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치안과 소방은 중요한 업무라서 장관이 사무 관장 주체라고도 했다. 그러나 참사 후 국회에선 “경찰국은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치안과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며 “지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해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중앙일보와 문자메시지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고 답한 것이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이라고 표현한 것도 큰 논란이 됐다.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에서 등산을 한 뒤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참사 관련 보고를 늦게 받은 윤 청장 역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특수본 출범 당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윤 청장은 국회에서 이임재 전 용산서장 집무실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현재까진 하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단 보고를 받았다”고 말해 '셀프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또 늦은 보고와 관련해 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하거나, 일선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책임 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본 수사가 윗선에 닿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거취를 통해 책임을 감당하기 보단 자리를 지키며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이 장관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또 윤 청장은 9일 약 4개월만에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했다. 이전까지는 참사 관련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서면간담회 등으로 대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