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11일)는 발언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각)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을 재확인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지만, 당권 주자들은 안보 우선주의를 앞세워 당심(黨心) 얻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은 윤상현 의원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다음날인 12일 페이스북에 “20·30세대 10명 중 7명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핵무장에 준하는 군사적인 대응 방안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도 핵무장의 선택권을 가진 자주국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윤계 김기현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보조를 맞췄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체 핵무장이 북핵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막연한 기우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전술핵 재배치, 미국과의 핵공유, 자체 핵무장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조경태 의원 역시 최근 “전술핵을 제 지역구인 부산 사하구에 배치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경파다.
반면에 자체 핵무장에 신중했던 안철수 의원도 호응하고 있다. 안 의원은 그간 미국 괌·하와이에 배치된 핵무기를 국내에 반입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국형 핵공유’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안 의원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주장은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북핵 확장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며 “안 의원도 대통령의 뜻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 만큼은 윤 대통령 편을 들었다. 그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했다”며 “하지만 핵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꿨다면 저는 윤 대통령의 의견을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의 이런 움직임은 안보를 중시하는 국민의힘 당원 표심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핵확산 방지조항(NPT) 때문에 곧장 자체 핵을 보유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이런 주장만으로도 윤심(尹心)에 호응하는 후보로 당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