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은 공수표 없다"...친강 신임 외교부장 첫 행보는 아프리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1일 에티오피아에서 무사 파키 아프리카 연합(AU) 의장과 회담을 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캡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1일 에티오피아에서 무사 파키 아프리카 연합(AU) 의장과 회담을 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캡쳐

신임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첫 외교 순방지인 아프리카에서 “신시대 중국과 아프리카의 운명공동체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무사 파키 아프리카 연합(AU) 의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친 부장은 “중국은 이제껏 공수표를 날린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 부장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 5개국을 방문 중이다. 첫 행선지인 에티오피아에서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를 만난 데 이어 AU 의장과 만났다. 2001년 출범한 아프리카 연합은 55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정치ㆍ경제 연합체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친 부장은 “중국은 지속해서 아프리카를 외교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해 서로 지지한다”며 “아프리카는 주요 국가들의 경쟁 무대가 아니다. 국제 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제껏 공수표를 날린 적이 없으며, 더욱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친 부장은 곧바로 아프리카 질병통제센터 본부 건물 준공식에도 참석해 일대일로(一带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협력 심화를 희망했다. 질병통제센터는 중국이 2018년 건립 지원을 약속했으며 약 8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친 부장은 12일 알리 온디바 가봉 대통령을 만났고 앙골라, 베냉, 이집트 순방도 이어간다. 지난해 초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사흘간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보다 두배 긴 일정이다.

지난 10년 간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던 중국은 최근 미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에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49명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불러 550억 달러(68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8년 만에 워싱턴에서 재개된 아프리카 대표들과의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가 성공하면 미국도 성공한다.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많은 것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서아프리카의 주요 항구에서의 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5억 달러, 아프리카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3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또 아프리카 대륙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양해각서도 체결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모두 중단됐던 일이다.

아프리카를 놓고 미·중 양국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서방 국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채 함정’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부채 함정’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거액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인프라 압류나 정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9명의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9명의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친 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 19개국과 채무유예 협정을 체결했다”며 “아프리카 대외 부채의 3/4은 국제 금융기관과 상업 거래 채권자들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개발에 있다”라며 “중국은 아프리카의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친 부장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뒤 에티오피아의 부채를 일부 탕감했다고 했지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지난달 발표한 ‘아프리카 부채 고통에 대한 대응과 중국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부채 규모는 2020년 기준 6960억 달러(904조원)로 이중 중국이 12%(835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