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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m 골목 1㎡당 10.7명 빽빽"...이상민·윤희근 무혐의로 종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2일 501명 규모로 출범한 특수본은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74일간 수사했다.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이태원 참사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특수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24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6명에 대해서는 구속 송치, 17명은 불구속 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1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이태원 참사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특수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24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6명에 대해서는 구속 송치, 17명은 불구속 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1

박희영(62)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 등 총 23명(구속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긴 특수본은 이달 말까지 압수물 기록 정리 작업 등을 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이상민(58)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62) 서울시장, 윤희근(55)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3D 시뮬레이션 감정과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 박준영 국립금오공대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종합한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폭 3m 남짓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 등을 통해 이태원참사를 설명했다. 군중 유체화는 밀집된 군중이 유체(액체)처럼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밀집된 군중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해밀톤호텔 옆 T자형 골목으로 떠밀려 내려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참사 해당 골목의 군중 밀도는 오후 10시15분께 ㎡당 7.72∼8.39명에서 5분 뒤 ㎡당 8.06∼9.40명으로 증가했다. 오후 10시25분께는 ㎡당 9.07∼10.74명까지 늘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오후 10시15분 첫 전도(넘어짐)가 발생한 이후 약 15초 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도되는 상황이 4차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계속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오후 10시25분까지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추모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뉴스1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추모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뉴스1

이로 인해 이 골목에서 모두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부상자들은 “인파에 밀려 강제로 사고 지점으로 가게 됐고 파도타기처럼 왔다 갔다 하는 현상이 있었다”, “뒤에서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떨어진 상태였다”, “떠밀려 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사고 지점에서 그 힘이 더 세게 느껴졌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군중 유체화 현상을 겪은 것이다.

특수본은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게 된 이유는 크게 지역적·장소적·시기적 요인 세 가지로 분석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폭. 사진 특별수사본부

10.29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폭. 사진 특별수사본부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높이. 사진 특별수사본부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높이. 사진 특별수사본부

10.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경사 . 사진 특별수사본부

10.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도로 경사 . 사진 특별수사본부

이태원이라는 특수한 지역, 비좁고 붐비는 골목,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상태에서 맞이한 핼러윈데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고가 낮다고 분석한 것이다.

특히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T자형 내리막 경사인데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지하철로 오가는 인파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이다. 이 골목의 도로 폭은 평균 4m 내외다.사고 발생한 지점의 도로 폭은 국과수 감정 결과 3.199m로 나타나 이 골목에서 가장 좁은 지점에 해당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세계음식거리 역시 불법 구조물이 설치된 지점의 폭이 3.615m까지 좁아져 인파 이동을 더욱 어렵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 골목의 가장 아래 지점인 편의점을 기준으로 세계음식거리까지의 높이차는 4.5∼5.4m 였다. 이 골목이 내리막 경사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음식거리 도로 경사도는 0.2∼2.257도(deg)로 대체로 완만하지만 사고 발생 골목은 가장 완만한 경사가 6.575도로 가파르다.

최초 사고 현장인 A 주점 일대는 경사도가 8.847∼11.197도까지 올라간다.

희생자들의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등이었다. 사람에 눌리고 끼어 숨을 쉬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골든타임을 특정하지 않았다. 희생자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다 제각각이고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특정 시간대로 못박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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