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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감정적 대응보다 실용적 관점에서 중국 사업 검토하라

중앙일보

입력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자마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국제 투자기관들은 2023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자마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국제 투자기관들은 2023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정부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에서 생활 속에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과 신장(新疆)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화재사망 사건, 그리고 백지 시위와 3연임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 표출, 경제침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이 따르겠다는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책을 변경하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월 8일부터는 입국자에 대한 강제격리와 자가격리를 전면적으로 없애버렸다. 급속한 정책의 전환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부작용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상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가오는 춘절(春節)에는 지난 3년간 고향을 찾지 못했던 귀향 인파가 춘절 특별수송 기간(1월 7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40일간) 연인원 20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미∙중 간 경제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중국은 우리의 1대 교역국이고, 미국은 2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수십 년간 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치명적 위기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국내시장이 어려울 때는 해외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결책을 찾았다. 우리의 선택은 탈(脫)중국이나 차이나런(China Run)이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하여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전향적인 태도가 돼야 한다. 중국에서 발을 뺏다가는 3류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경쟁자인 일본, 대만, 미국,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중국과의 교역량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중국에 상당히 예속되어 있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중국 규모의 교역량을 늘릴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국 시장을 잃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준비는 되었는가?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자마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국제 투자기관들은 2023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춘절 연휴를 맞아 중국의 내수 소비시장은 활기를 띠고, 동부 연안의 저장(浙江), 장쑤(江蘇), 중서부의 후난(湖南), 쓰촨(四川)의 대외무역기업들은 기술과 외자 유치를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호감도는 최악이지만, 중국에 공장이나 사업장을 가진 우리 기업이나 수출상들은 감정적인 대응보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중국 사업을 재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지속 가능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로컬기업들의 선전(善戰)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 현지화 전략을 재구성하고 조정하는 전략의 전환이 시급하다.

중국 시장은 전 세계의 프로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전쟁터에 다름 아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를 많이 보유하거나 양성해야 한다. 중국 전문가의 국적이 어느 나라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에게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과 같이 적재적소에 뛰어난 프로를 배치해야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무림의 절정 고수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하에 각종 혜택을 받는 등 정부와 스크럼을 짜고 있다.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기술은 물론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 중국 기업이 가지지 못한 특유의 자원이나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국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면 차라리 철수하는 것이 답이다.

과학기술이 왜 중요한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쟁력은 한국보다 과학을 중시하며 과학기술에 국력을 집중한다는 점에 있다. 중국은 과학적 세계관과 과학기술을 배운 이공계 출신이 정부나 기업의 중책을 맡고 있고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반도체 기술을 구성하는 분야는 설계 분야(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의 세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비메모리 분야(한국)에서만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설계(미국)와 시스템반도체(대만)에선 우리가 결핍된 분야가 오히려 더 많다.

우리의 위기는 정부나 국회가 미국, 중국, 대만 등 우리의 경쟁국과 달리 제대로 된 과학적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중국은 과학적 발전관을 내걸고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중국 로컬기업이 우리를 추격하거나 심지어 앞지르기까지 한 분야가 많아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유럽의 고급 브랜드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고 또 영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나라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원점에서 시작해 제조 대국과 무역 대국, 그리고 최근에는 군수품 대국으로 부상한 실적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경쟁국 중국을 이기려면 기술이나 기능능력이 아니라 과학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중장기 세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희생, 정의, 평화, 박애, 겸손 소프트파워 등 중국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훌륭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나라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이유가 없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는 우리에게 기회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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