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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日호감도, 34→42점으로…북·중·러는 꼴찌 1·2·3등 [新애치슨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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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북한에 대한 국민 정서는 바닥으로 향했고, 러시아에 대한 비호감도는 동반 상승했다. 반면 반일(反日) 정서는 완화됐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요국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다. 동북아 지역의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국민 인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0~100점 척도로 분석한 일본의 호감도는 42.2점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국 20개국 가운데 16위다. 일본보다 호감도가 낮은 국가는 인도(41.5점), 러시아(35.9점), 중국(35.5점), 북한(31.0점) 등이다.

단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도에 비해 전체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리서치가 1년 전(2021년 말) 실시했던 동일한 내용의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호감도는 33.6점으로 20개 조사국 중 가장 낮았다. 중국(35.8점)은 물론 북한(33.8점)보다 낮은 호감도다.

반면 이번엔 지난 조사보다 8.6점 상승한 42.2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이 오른 추치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4.1%포인트(17.1%→31.2%) 높아졌고, 부정적 답변은 11.8%포인트(59.5%→47.7%) 줄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장 강한 호감도를 보인 국가는 이번에도 미국이었다. 미국에 대해 긍정적 감정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2%에 달한 반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8%였다. 이를 호감도로 환산한 수치는 67.7점인데, 이는 1년 전(65.9점)보다 1.8점 높아진 결과다.

호주에 대한 호감도도 4.4점(59.2→63.6점) 높아졌고, 인도의 경우 호감도 자체는 41.5점으로 낮지만 지난 조사보다 미세하게 올랐다.(41.0→41.5점). 일본을 비롯해 미국·호주·인도 등 4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 가입국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민 정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인 신뢰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조사에서 83.6%에 달했던 일본에 대한 불신 비율은 이번엔 이번엔 75.7%로 줄었다. 반대로 일본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3.3%에서 22.4%로 9.1%포인트 상승했다.

조사 대상 20개국 가운데 신뢰도가 상승한 국가는 일본(+9.1%포인트) 외에 싱가포르(+2.5%포인트)가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 조사(71.6%)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번에도 71.2%의 압도적 신뢰도를 보이며 호감도와 함께 신뢰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미·일 공조의 반대에 위치한 북·중·러 3개국의 호감도와 신뢰도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호감도 조사에서 북·중·러 3개국은 20개 전체 조사 대상 중 지난 조사보다 호감도가 하락한 유일한 그룹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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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하락폭이 가장 컸던 국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였다. 러시아의 호감도는 8.6점(44.5점→35.9점) 낮아졌다. 신뢰도 역시 대폭 악화했다. 러시아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12.9%포인트(22.3%→9.4%) 줄었고, 불신 비율은 16.7%포인트(70.2%→86.9%) 높아졌다. 러시아가 기록한 호감도·신뢰도 하락폭은 전체 조사 대상국 중 1위에 해당한다.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 국면에서 보인 핵 위협을 비롯해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 차원의 우려를 키우는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뒤흔든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은 '바닥 수준'이던 호감도와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

특히 대남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조사(33.8점)보다 2.8점 떨어진 31.0점을 기록하며, 북한은 전체 대상 국가 중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비호감 국가'라는 타이틀을 이어갔다. 응답자의 41.5%는 북한에 대한 감정을 묻는 질문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그 가운데 18~29세의 경우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52.7%로 절반을 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같은달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같은달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9%를 기록하며 지난 조사(4.8%)보다 줄었다. 북한을 ‘매우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0.4%였는데, 30대와 60대 이상에선 해당 답변 비율이 0%로 나타났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았던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도 악화됐다.

중국의 호감도는 지난 조사(35.8점)에서 소폭 하락한 35.5점으로 북한에 이어 '뒤에서 2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 조사 때 중국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6.8%였는데, 이번엔 4.5%로 더 낮아졌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불신 비율은 93.5%를 기록하며,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중국을 믿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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