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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카페는 죄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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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한슬 약사·작가

박한슬 약사·작가

청소년 혼숙(混宿) 금지는 연원이 깊다. 1961년 제정된 미성년자보호법에서 ‘선량한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숙박소 출입을 막은 게 시작이니 무려 60년이 넘었다. 그사이 바뀐 건 이유만이다. 1999년에 청소년보호법이 개정되며, 청소년 혼숙은 성도덕 단속이 아닌 청소년을 불법 성매매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로 재정의됐다. 논리는 이렇다. 청소년은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러니 숙박업소에서 혼숙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여부’만 확인하면, 청소년 성매매를 막을 수 있다. 성매매 공간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정말 성관계를 갖지 않을까. 질병관리청은 매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을 조사하는데, 중고교생의 성 경험률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5% 남짓을 유지했다. 비율로는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2022년 기준 중고교생이 268만여 명이다. 그러니 전국에 성 경험 청소년이 최소 13만 명 정도씩 꾸준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인원이 숙박업소도 없이 대체 어디서 섹스를 했을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청소년은 본인들 집을 이용했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집을 비우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도 섹스가 가능한 공간이어서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집을 사용하기 곤란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이들의 숙박업소 혼숙이 막혀 있는 탓에 룸카페나 멀티방, DVD방 같은 훨씬 열악한 공간을 찾아가야만 한다. 이런 공간은 섹스 전후의 위생을 담보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된 피임 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2021년 기준 청소년 피임실천율이 고작 65.5% 수준인 데는 이런 요인도 숨어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애초에 청소년 혼숙 수요를 노린 곳들이라, 별다른 신분 확인 절차도 밟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섹스가 가능한 최소한의 환경은 갖춰져 있으니, 태생적으로 이런 공간은 청소년 성매매 같은 범죄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혼숙이 가능한 공간을 일괄적으로 차단하려다 변칙적이고 새로운 우범지대만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청소년끼리의 혼숙을 일정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 룸카페가 사라져도 유사한 다른 업체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게 지금까지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도 변경은 학부모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매년 5% 정도의 청소년은 결국 어디선가는 자기들끼리 섹스를 했다. 단지 이들이 콘돔과 샤워 시설을 갖춘 안전한 모텔에서 관계를 가질지, 비좁고 열악한 룸카페에서 불안감에 떨며 할지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이다. 룸카페는 후과(後果)일 뿐,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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