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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이니셰린의 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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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여러 영화가 트로피를 나누어 가진 자리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파벨먼스’, 지난해 최고 화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리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엘비스’까지 여러 작품이 호명되었다. 여기 낯선 영화가 한 편 있다. ‘이니셰린의 밴시’다.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각본상을 받은 이 작품은 ‘쓰리 빌보드’(2017)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이 작품은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 이니셰린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다. 한적하고 조용하게 시작한 영화는 발화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타오른다.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감정은 고독이다. 매일 바에서 맥주를 나누었던 파드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든 글리슨). 어느 날 콜름은 갑자기 절교를 선언한다. 남은 생을 예술에 쏟겠다는 콜름과 절친의 냉대가 섭섭하기만 한 파드릭. 고립된 섬 속에서 사는 그들은 내면마저 서로를 고립시키며, 이윽고 증오와 반목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관계를 가장 잘 모여주는 건 집안의 콜름을 창밖의 파드릭이 바라보는 장면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영화를 통해 그 맥락을 알게 되면 잊을 수 없을 이 장면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풍경으로 요약하듯 보여준다.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이니셰린의 밴시’. 개봉을 열망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