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경찰복 입고 강도행각” 불체포특권 강력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정부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며 “야당 말살 책동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가 12시간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이 대표는 이날 성남FC·대장동·선거법 사건 등 사법리스크를 묻는 첫 질문부터 “사법리스크가 아닌 검찰리스크”라고 반박했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당하고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해야겠지만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한다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공약이었지만 거부를 시사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당 대표 취임 후 첫 정식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당 대표 취임 후 첫 정식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에 대한 유감 표명 의사를 묻는데도 “검찰이 녹취록이라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그에 상충되는 (관련자의)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 의사결정하는 게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부했다.

검찰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거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 돼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면서도 최소한의 기준과 합리성은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검찰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균형·합리성 이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다.

관련기사

그러면서 ‘검사 신상 공개법’은 찬성했다. 그는 “행정공무원은 이름표를 붙여서 다니고 조직표를 다 공개하는데 왜 검사만 자기들이 하는 일을 공개하면 안 되느냐”고 하면서다. “검사들이 ‘조리돌림’이라면서 반발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부정한 행위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집권 이후 8개월이 넘도록 야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며 여야 영수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 제안엔 “중대선거구만 유일한 방안이냐엔 회의적”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거듭 제안했다.

여권의 이날 회견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과나 반성은 일절 없는 한가한 기자회견”이라며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일개 범죄 혐의자의 처절한 방탄쇼”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발을 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는 다 묻힐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신년 회견으로 영장 청구 등 위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민주당 내에선 대표직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를 언급하며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에 대해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소환조사와 함께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8%포인트 뒤처진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 9~11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27%, 국민의힘 지지율은 3%포인트 오른 35%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5주 차에 3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