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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집 살 기회” 입찰 마감시간 되자 경매법정 빼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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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경매 법정 앞. 이른 시간부터 경매 정보지를 확인하는 입찰자와 경매 업체 관계자, 경매학원 강사와 교육생 등이 몰려 혼잡했다. 경매 정보지를 나눠주던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게 현장에서 체감된다”며 “새해 들어 경매 법원을 찾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분위기를 보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입찰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유찰 매물이 많다”면서도 “(유찰되면서) 감정가보다 낮은 물건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추가 매물이 늘어나 올해 하반기쯤엔 다시 경매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입찰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법정 앞엔 접수 서류를 받기 위해 20여 명이 몰리며 긴 줄이 늘어섰다. 서류를 받은 입찰 희망자들은 법원 곳곳으로 흩어져 입찰 가격 산정에 고심했다. 경매 정보지를 보면서 이날 나온 매물을 확인하던 50대 정모씨는 “2년 동안 경매 공부를 하다가 최근 서울은 물론 광주광역시 등 지방 경매법원을 돌아다니면서 투자용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씨처럼 부동산 경매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은 시장을 탐색하는 사람이 많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한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 매물이 늘어나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전셋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갭투자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의 아파트가 대거 경매 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실제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숫자는 빠르게 느는 추세다. 12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는 35건에서 9월 67건, 10월 107건, 11월 162건, 12월 134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경매에 나온 강남3구 매물은 1월 7건에서 9월 13건, 10월 19건, 11월 31건, 12월엔 22건으로 집계됐다.

입찰 마감 시간인 오전 11시 10분이 다가오자 법정에 마련된 100여 개의 좌석은 가득 찼다. 이날 아파트 18건을 포함해 다세대(빌라) 21건 등 총 62건의 매물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감정가 12억6200만원의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아파트(119.49㎡)는 18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물건은 8억6100만원에 낙찰됐다. 이밖에 신대방동 우성아파트와 다세대(빌라), 다가구(원룸 등) 등 매물 10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등 강남3구 매물들은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날 법정에선 20대와 30대의 젊은 투자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이무재(27·서초구)씨는 “집 근처 매물을 보러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아직 비싸다”며 “주택시장 침체가 극심한데 이럴 때가 싼 가격에 집을 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규제 지역 해제와 갈아타기, 내 집 마련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입찰자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권리 분석은 기본이고 여전히 높은 매도 호가가 유지되는 단지가 많아 시세 파악을 통해 신중하게 낙찰가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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