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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지원, 故이대준씨 '자료 즉시 삭제하라' 지시"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첩보와 보고서 50여건을 삭제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보안 작전’을 강조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5417건의 첩보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짊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짊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살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3시경 제1차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피격 사건 은폐와 보안유지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달 29일 박 전 국정원장과 서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회의 참석 직후 노은채 당시 국정원 비서실장에게 “9월 22일부터 국정원에서 수집한 첩보 및 관련 자료를 즉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실장은 같은 날 오전 9시 30분쯤 국정원 기조실장과 2차장, 3차장 등을 소집해 “원장님 지시사항”이라며 “서해 표류 사살 첩보 관련 자료는 군 첩보 담당부대에도 배포를 중단하고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원내 첩보 관련 자료도 모두 회수하여 삭제조치를 하고, 관련 내용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전달했다.

또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대준’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51건의 첩보와 4건의 보고서를 삭제했다. 첩보 생산에 관여한 직원들은 박 전 원장의 삭제 지시에 대한 조치 계획과 이행결과를 정리해 기조실장과 차장, 박 전 원장 등에게 보고했다.

공소장엔 국방부도 안보관계 장관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관련 첩보를 삭제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서 전 장관은 회의 참석 후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전화해 “강도 높은 작전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며 관련 자료 수거·파기와 사건 관련자 전원을 상대로 한 보안교육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 첩보 담당부대 예하 18개 부대의 정보 유통망 내 5417건의 첩보 보고서와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등재된 60건의 보고서가 삭제됐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제가 첩보를 삭제해도 첩보 원본이 국정원과 국방부 서버에 남는다.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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