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김성태, 자진 귀국으로 마음 바꿨다…이르면 13일 입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르면 13일 자진 귀국한다. 검찰 수사망을 피해 약 8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전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5시 30분쯤 태국 방콕 북쪽에 위치한 빠툼타니 주(州)의 한 골프장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검거됐다. 당초 불법체류 여부 판단을 위한 태국 현지 재판 결과에 따라 추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전 회장이 자진해서 귀국하기로 하면서 귀국 시기가 당겨졌다. 귀국 비행기편 시간에 따라 한국 시각 기준 귀국일은 14일이 될 수도 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강제송환이나 추방은 절차상 시일이 많이 걸리지만, 자진 귀국은 긴급 여권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출국이 가능하다”며 “김 전 회장은 자진 귀국해 성실히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쌍방울그룹 측은 이날 “김 전 회장은 이번주 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을 계획”이라며 “김 전 회장의 입국을 기점으로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이슈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8개월간 해외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 10일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이민국에 체포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귀국한다. 왼쪽은 함께 검거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다. 독자 제공

8개월간 해외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 10일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이민국에 체포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귀국한다. 왼쪽은 함께 검거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다. 독자 제공

앞서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태국 현지시각으로 12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불법체류 여부 판단을 위한 재판에 출석했다. 익명을 원한 쌍방울 핵심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다양한 대응 수단을 검토한 끝에 불법체류 상태임을 시인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등은 한국 정부의 여권 무효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에 따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지만 검거 당시 비자 종류를 바꿔 연장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불법체류를 부인하면서 재판 절차로 넘어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측은 이날 재판을 앞두고 망명 신청을 하는 방안, 제3국으로 다시 도피를 시도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지만, 실현 가능성 문제로 포기했다고 한다.  태국 법원은 이날 김 전 회장의 불법체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0바트(한화 약 11만원)를 선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귀국 방식과 관련해 “불법체류자 신분을 인정하고 추방에 동의하는 형식으로도 귀국이 가능하지만, 일단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지 대사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주면 자진 입국 형식으로도 귀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일단 13일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긴급여권 신청서를 징수하는 등 추방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 전 회장 등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태국 외국인보호소(IDC·Immigration Detention Center)에 머문다.

검찰이 쌍방울그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무렵인 지난해 5월 말 김 전 회장은 싱가포르, 양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했다. 김 전 회장의 도피 행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도피 중 필리핀과 태국 등을 오가면서 수억원대 도박을 하고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을 도피처로 부르는 등 ‘황제도피’ 행각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9일 김 전 회장의 동생이나 쌍방울그룹 계열사 부회장인 김모씨 등 쌍방울그룹 임직원 6명에 대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돕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범인은닉·증거인멸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태국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돕다 경찰의 첩보망에 걸려 김 전 회장 검거의 결정적 실마리가 된 현지 교민 H씨도 향후 귀국하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200억원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한 횡령·배임 및 정관계 비리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중심에 선 핵심 인물로 지목돼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 전 회장 등이 귀국하는 대로 공항에서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부터 확보할 방침이다. 향후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거나 수사 방향이 급변침할 가능성이 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