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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日 ‘상호 군대파견’ 허용하는 협정 맺어…"중·러 패권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이 영국과 ‘준동맹’ 관계를 굳혔다. 양국이 11일(현지시간) 서로 군대를 손쉽게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안보협정인 ‘원활화 협정(RAA)’을 맺으면서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만나 일본명 원활화 협정으로 불리는 상호접근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패권을 노리고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인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안보 전략에서 벗어나 영국, 호주와의 관계 강화를 시도해 왔다.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우방 관계를 결속하겠다는 것으로, 일본은 방위와 군사 합동 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활화 협정을 추진해 왔다.

일본, 영국과 ‘군사 파트너’

11일 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런던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 일본 총리관저

11일 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런던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 일본 총리관저

양국이 이번에 체결한 RAA 협정의 기본 틀은 상호 군대 체류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데 있다. 예컨대 입국심사와 같은 행정절차를 면제하고, 무기 등의 반입 절차도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협정 체결로 일본과 영국은 군사 공동훈련을 비롯해 인도주의적 임무 등 필요한 경우 상대국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게 된다.

이번 원활화 협정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대만해협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략 중인 러시아를 거론하며 “국제적으로 안전보장 환경이 한층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장 긴밀한 안전보장 파트너와 중요한 문서에 서명하게 돼 안전보장 및 방위 협력을 새롭게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총리실도 협정 체결을 반겼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협정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100여 년 만에 양국이 맺게 된 가장 중요한 국방 협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원활화 협정을 맺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일본은 2014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참가국인 호주와의 원활화 협정 체결을 추진해 오다 지난해 초 협정을 맺었다. 영국과는 2021년 10월부터 협정 체결을 위한 교섭에 나서 지난해 5월엔 큰 틀에서의 협정 체결을 합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수낵 총리에게 적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반격능력’을 처음으로 명기한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요미우리는 수낵 총리가 일본의 달라진 안보전략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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