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장부에 5444억원으로 기재한 주식 가치가 법 개정으로 하루 사이 26조9852억원으로 뛰면 어떻게 될까요. 수익률만 따지면 4856%, 연간으로 환산하면 177만%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런 마법 같은 일이 반갑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생명입니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팔아야 합니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뤄진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20조원 이상을 팔아야 한다. 셔터스톡
600만 명가량인 삼성전자 개인주주도 ‘삼성생명법’의 영향권 아래에 있습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새로 유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늘면 주가는 하락하겠죠. 삼성전자 주식 물량이 추가로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법 통과 시 삼성전자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원가→시가,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고?
보험 등 금융사들은 자산운용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고위험 자산에 대한 집중투자 등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예컨대 보험사는 대주주나 계열사(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총자산의 3% 혹은 자기자본의 60% 이내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산운용액을 평가하는 기준을 법에는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 대신 하위 규정인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 규제 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가 되는 총자산은 시가로, 주식 등 보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정해놨습니다.
예컨대 총자산이 1만원인 A보험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원(취득원가)에 사들였는데, 이 주식이 1000원(시가)으로 뛰었어도 총자산 대비 계열사 주식투자 비율은 1%(100원/1만원)로 산정해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법 106조에 총자산과 보유금액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내용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