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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부모 동반해 압박…미국발 필로폰 70% 책임진 국제조직

중앙일보

입력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9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미국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온 마약 밀수 조직원 A(29)씨 등 6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시리얼에 들어있던 MDMA(엑스터시). 사진 인천지검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9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미국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온 마약 밀수 조직원 A(29)씨 등 6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시리얼에 들어있던 MDMA(엑스터시). 사진 인천지검

검찰에 따르면, 총책 김씨는 2016년 미국으로 건너가 2021년 평소 친분이 있던 A씨(32)와 함께 소셜 미디어(SNS) 등을 이용해 총책, 관리·발송책, 수령책으로 구성된 국제 마약밀매조직을 꾸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20·30세대인 이 조직엔 조직폭력배(수원 남문파) 행동대원도 가담했다. 김씨와 A씨가 미국에서 필로폰을 구하는 동안 국내 조직원은 전국 부동산 공실 정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마약을 숨긴 화물의 ‘수취지’와 ‘수취인’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김씨 등은 사전준비가 끝난 2021년 12월부터 인천국제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필로폰, 대마, MDMA(일명 엑스터시)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마약을 각설탕,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과 혼합하거나 체스판 바닥과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 등에 숨겨 밀수입을 시도했다. 세관의 엑스레이(X-ray) 검색을 피하기 위해 ‘H’자 형태의 나무 거치대 중앙을 필로폰이 담긴 비닐봉지로 감싼 뒤 쇠사슬을 다시 감기도 했다. 조직원 2명은 국내로 반입된 대마 4.1㎏가량을 운반해 경기도 수원 거주지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여간 90만명 투입 가능한 필로폰 반입 

1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검 대회의실에 인천지검의 마약조직 검거 관련 압수물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검 대회의실에 인천지검의 마약조직 검거 관련 압수물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2인 1조로 긴밀하게 움직이며 당국의 추적을 따돌려왔지만, 2021년 12월 필로폰 9.2㎏이 인천본부세관에서 적발되며 꼬리가 밟혔다. 추적에 나선 검찰은 통신·계좌 추적, 구치소 접견 기록 분석, 재판비용 출처 확인 등으로 조직원을 하나씩 특정해 나갔다. 지난해 1월 수령책 2명을 검거했고 4월엔 관리책 2명의 신병도 확보했다. 지난해 6월 김씨가 미국에서 발송한 필로폰 약 4.6㎏을 확보한 데 이어 10월엔 수령·관리책 2명도 체포했다. 지난해 11월엔 은닉돼 있던 필로폰 4.4㎏과 대마 2.3㎏을 추가로 압수했다. 이들이 1년여간 미국에서 국내에 들여온 필로폰은 약 27.5kg으로 약 9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수령책이 검거되더라도 총책·국내 관리책 신원을 털어놓지 못하게 사전 작업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전 수령책들에게 재판 비용과 향후 대가를 약속했고 검찰에 붙잡힌 수령책을 수시로 접견해 회유했다고 한다. 수령책의 부모와 함께 재판을 방청하는 등 지속해서 압박한 정황도 파악됐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해외총책 김씨와 관리·발송책 A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지 수사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B씨(29) 등 마약 밀수 조직의 수령책·관리책 6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C씨(29)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으로 미국 내 한인이 중심이 된 국제 조직의 실체를 확인한 것”이라며 “미국이 마약 유통의 경유지로 사용되는 점과 최근 한인들 간 마약 거래가 늘어나는 점을 우려한 미 수사당국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로 밀수된 필로폰의 주 발송국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18.2㎏(1위), 2021년 44.3㎏(2위), 2022년 11월 기준 38.7㎏(2위) 등 지속해 수위권에 올라와 있다. 세관 관계자는 “거대 마약 시장을 갖춘 미국을 발송지로 삼는 밀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조직원을 전원 검거하고 성문(聲紋) 분석으로 추가 범죄도 특정했다”며 “한국으로 들여오는 미국발 필로폰 밀수입의 70%를 책임진 조직을 적발하면서 국내 반입과 유통 위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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