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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2만 원' 멤버십으로 매출 90%... 가구 편집숍 브랜드 기획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Editor's Note

잭슨카멜레온, 오블리크테이블, 바이헤이데이... 요즘 뜨는 리빙 브랜드가 모인 가구 편집숍이 있습니다. 서울 한남을 비롯해 의왕·부산에 매장을 낸 무브먼트랩입니다.

이곳은 ‘1년 12만 원’ 비용을 내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합니다. 심지어 매출의 90%가 멤버십에서 발생하죠. 고지훈 대표는 가구의 재구매 주기가 길다는 리스크를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평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고객과 친밀감을 형성한 후, 가구 구매 시점에 무브먼트랩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략이죠. 경찰에서 사업가로 커리어를 전환해 리빙 시장에 뛰어든 고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전은경이 만난 감각의 공간들’ 5화 중 일부입니다.

12만 원짜리 멤버십 운영하는 가구 편집숍 

무브먼트랩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가 운영하는 가구 브랜드 '잭슨카멜레온', '오블리크테이블', '바이헤이데이', 'NPD', '무니토'와 여러 디자이너 리빙 브랜드 가구를 한데 모은 공간입니다. 한마디로 리빙 브랜드 편집숍이죠.

가구는 한번 사면 재구매하기까지 걸리는 주기가 길잖아요. 리텐션이 유지되는 패션이나 F&B 브랜드들과는 달라요. 리빙 분야는 한번 좋은 제품을 사도 그 이후로 잊어버리거든요. 그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브먼트랩을 만들었죠. 고객과 관계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었거든요. 가구나 리빙 제품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편히 놀러 와서 이 공간을 즐기길 바랐죠.

취향을 찾고 친밀하게 지내다 가구를 사야 할 때 저희를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에 이 공간을 기획했어요.

방문객들은 무브먼트랩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나요?

나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명하게 느끼는 감각이요.

우리는 가구를 상대적으로 너무 급하게 사곤 합니다. 내가 원하는 가구를 두 달 동안 열심히 찾다가 손에 넣는 순간, 내가 얼마나 원했는지 까맣게 잊게 되죠. 여러분이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고르던 모습을 떠올리면 제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웃음)

하지만 이 공간에 찾아오면 나의 취향을 천천히 알아갈 수 있어요. 저희가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6개월마다 전시를 하는 이유죠. 편하게 놀러 와서 가구와 어우러진 전시를 경험하고 '이런 건 내 취향에 맞다' '저런 건 나에겐 안 맞는다'라고 스스로 느끼길 바라요.

새 가구, 중고, 리퍼브(refurb),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새 가구, 중고, 리퍼브(refurb),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점점 뚜렷해집니다. 그러면 내 마음에 꼭 드는 제품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고요.

'멤버십 제도가 있는 가구 편집숍' 콘셉트라니, 아주 과감한 전략입니다.  멤버십 이용 회원은 얼마나 되나요?  

저희가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리텐션' 때문이에요. 기존 회원의 유지율을 높여서 저희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실제로 무브먼트랩 매출의 90%가 멤버십에서 나옵니다. 멤버십 비용이 1년에 12만원인데요. 저렴하지는 않죠? (웃음)

대신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확실한 메리트를 줘요. 일단, 저희 브랜드 가구를 살 때 최저가에 살 수 있도록 해드려요. 가구 케어 서비스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요. 최근 오픈한 스테이 상품도 멤버십 회원이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멤버십과 일반회원 간의 차별화를 확실히 한 거죠.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당장의 가구 구매만은 아니에요. 오랫동안 고객이 저희와 함께 본인이 원하는 리빙 경험을 찾아가길 바라요. 실제로 전체 멤버십 회원의 리텐션 비율은 15~20%를 차지합니다. 현재 총 3500여명이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 중이고요. 신규 회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의왕·부산·한남 3곳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각각의 공간 콘셉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부산·의왕 매장은 경험형 리빙 매장이에요. 가구 살 일이 없어도 사람들이 쉽게 놀러 오게끔 만들었어요. 소품과 커피도 판매하죠. 패션브랜드의 패션쇼처럼 6개월마다 새로운 전시도 선보이는 중이에요. 의왕 매장에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찾아서 키즈 카페도 조성해뒀어요. 가구 쇼룸(Showroom)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죠.

반면, 한남 매장은 실험적인 공간입니다. 세컨드마켓 콘셉트죠. 여기서는 새 가구, 중고, 리퍼브(refurb), 빈티지 제품만 소개해요.

이곳을 리퍼브 매장으로 기획한 이유를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국내 디자이너 리빙 브랜드도 해외 빈티지 가구처럼 근사한 공간에서 소개되길 바랐어요. 국내 가구의 디자인 수준도 높으니까요.

제품과 잘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보통 '중고제품'하면 창고에 둘러싸인 모습부터 떠오르잖아요. 저희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중고, 리퍼브 제품도 잘 관리되면 새 제품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죠.

그래서일까요? 고객들도 저희 공간에서 제품에 달린 설명서(Tag)를 보기 전까지는 중고, 리퍼브 제품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웃음)

새 가구, 중고, 리퍼브(refurb),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새 가구, 중고, 리퍼브(refurb),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무브먼트랩 한남점. ⓒ 무브먼트랩

두 번째는 고객이 쓰던 가구를 사고팔 때 '안전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저희 브랜드 중고 제품을 저희 채널에서 소화하는 거죠. 보통 가구는 부피가 크잖아요. 그래서 중고거래를 할 때 낯선 사람이 내 공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해보면 무서움을 느끼는 경험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저희는 저희 팀이 직접 가구를 회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도록 거래를 돕고 싶었어요.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요.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무브먼트스테이. ⓒ 무브먼트랩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무브먼트스테이. ⓒ 무브먼트랩

국내 가구 브랜드의 투자와 인수, 운영을 넘어 스테이(Stay) 사업까지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가구는 비용이 절대 저렴하지 않아요. 소파 같은 경우 몇백만원에 달하죠. 그리고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는데요. 많은 분이 매장에 와서 잠깐 가구를 경험하고 구매를 결정해요.

저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죠. 고객 입장에서도 가구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 본인의 이용 패턴도 모른 채 사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나는 소파에 앉는 것보다 누워있는 경우가 많은 사람임을 알고 있다면, 구매를 결정짓는 기준도 달라지겠죠?

그래서 스테이(Stay) 사업으로 고객이 가구를 오래,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해요. 스테이(Stay) 역시 숙박 비즈니스라는 형태의 가구 브랜드 전시장(Showroom)으로 접근하는 거죠.

동시에 스몰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스몰 브랜드는 타깃이 뾰족하고 작아야 해요. 하지만 뾰족함만 계속 유지하면 매출 볼륨은 줄어들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구 대리점을 많이 내야 하는데요. 저희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매장을 많이 출점하면 매출 규모는 빨리 늘겠지만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공간 비즈니스로 저희가 가진 고민을 풀어나가려 합니다. 올해 강원도 양양, 이천에 스테이를 오픈했는데요. 스몰 브랜드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매출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해요.

디자이너의 리소스, '디자인'에만 쓰게 하라  

대표님의 커리어가 독특합니다. 경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사업가가 되셨다고요. 그것도 아이템이 라이프스타일 영역입니다. 무브먼트랩을 운영하는 '파인우드리빙'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원래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 생활을 했어요. 공무원 생활을 하다 좋은 기회로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됐는데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막연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주변 추천으로 경영 컨설팅이라는 일을 알게 됐어요. 이후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이라는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컨설팅 회사를 나온 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다 결국 사업하는 일까지 오게 됐죠.

리빙 중에서 가구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탑다운(Top-down)으로 시장을 살펴봤었는데요. 당시 GDP 규모 대비 가구 소비량을 먼저 확인해봤어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을 때라 매력적으로 보였고요. 플레이어 비중을 살펴봤더니 사제 가구 비중이 60%에 달했어요. 즉, 한샘·리바트·퍼시스 같은 대형 브랜드를 제외한 모든 시장이었죠.

사제 시장을 브랜드화했을 때 인디 브랜드나 신규 디자이너가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오블리크테이블, 잭슨카멜레온, 무니토 등 디자이너 브랜드를 하나씩 산하로 편입하게 됐어요.

파인우드리빙이라는 회사 아래 스몰 리빙 브랜드 여러 곳이 존재하는 구조군요.

맞아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리빙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입니다. 연예 기획사 모델과 같아요. 기획사가 실력 있는 연예인을 데려오거나, 새로운 연습생을 직접 키우는 것이랑 비슷하죠. 저희도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앞서 저희가 인수한 오블리크테이블이나 잭슨카멜레온은 좋은 팀이고 디자인 역량이 뛰어난 곳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인수하기 전에는 디자인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가구 배송 업무까지 하고 있었거든요. 가구는 부피가 크고 이동 중에 흠집이 날 수 있어서 택배를 보내기가 힘드니까요.

오블리크테이블·잭슨카멜레온 ⓒ 무브먼트랩

오블리크테이블·잭슨카멜레온 ⓒ 무브먼트랩

오블리크테이블·잭슨카멜레온 ⓒ 무브먼트랩

오블리크테이블·잭슨카멜레온 ⓒ 무브먼트랩

그래서 디자이너가 제일 잘하는 것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려고 이 사업을 기획하게 됐어요. 디자이너의 리소스는 디자인에만 쓰도록 돕자는 게 파인우드리빙의 초기 BM이었어요.

사업은 크리에이터가 이끌고, 저희는 비즈니스가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

이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해요. 디자인만 잘해서도 안 되고, 비즈니스로만 접근해도 안 됩니다. 크리에이터가 우뇌면 숫자와 비즈니스에 밝은 제가 좌뇌 역할을 하는 거죠.(웃음) 두 개가 연결된 하나의 팀이 치열하게 부딪히면서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고요.

브랜드 인수 후에는 어떤 전략을 펼쳤나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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