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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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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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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모드(Goblin Mode)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지난해 말 선정한 ‘2022 올해의 단어’다.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을 뜻한다. 고블린은 서양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작고 추한 모습의 괴물이다. OED는 ‘고블린 모드’가 엔데믹 이후 일상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OED는 매년 영어권에서 수집한 190억여 개 단어의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데, 지난해 최초로 사전 편찬자들이 선정한 3개의 최종 후보를 두고 대중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신조어는 ‘메타버스(metaverse)’와 ‘#아이스탠드위드(#IStandWith)’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아이스탠드위드는 ~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용이 급증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괴물 ‘골룸’. [사진 인터넷 캡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괴물 ‘골룸’. [사진 인터넷 캡처]

일부에선 ‘고블린 모드’의 의미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SNS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아가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로도 종종 언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다. OED의 정의를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 ‘뻔뻔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 및 행동’ 두 가지로 분리해보면 가능한 해석이다. 결국 단어의 생명은 사용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