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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래를 본 마크롱의 연금개혁, 한국도 미룰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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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23년은 연금 개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23년은 연금 개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현 제도라면 2057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

합리적 방안 마련해 국민·야당 설득해야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10일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62세인 연금 수령 시기(법정 정년)를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는 대신 최소 연금 수령액은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또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한 근속 기간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데, 이 시기를 2035년에서 2027년으로 당기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채에 의존한 채 연금 제도를 운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연금 재정은 2023년 적자로 전환해 2027년에만 연간 120억 유로(약 16조원)의 적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도 10일 “연금 제도 개편이 국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대규모 증세와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이어져 연금 제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랑스 주요 노조 8개 단체는 개혁안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겠다고 맞섰다. 온건 성향의 노조도 반대 입장이고, 한 여론조사에선 반대 의견이 72%나 나왔다. 마크롱 집권 1기 때인 2018년에도 ‘노란 조끼 시위’가 극렬하게 일어났다. 프랑스가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지는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되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침 윤석열 정부도 국민연금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근거 자료가 되는 5차 재정추계 발표를 3월에서 이달로 당기기로 했다. 2013년 3차 재정추계에선 국민연금 기금이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2018년 4차 추계에선 이 시기가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최근 저출산 흐름을 감안하면 고갈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연금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생존 과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보건복지부가 ‘더 내고 더 받는’ 방안 등을 마련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해 말 복지부는 현 제도 유지를 포함한 네가지의 방안을 국회에 떠넘기듯 제출했고, 연금개혁은 그렇게 좌초하고 말았다.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실행 의지와 함께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힘든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해 9월 중앙일보 창간 57주년 여론조사의 국민연금개혁 관련 질문에는 ▶현행 유지(43.0%) ▶수급 연령 상향(25.2%) ▶보험료율 인상(12.6%) ▶연금 수령액 축소(10.1%)의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정부의 구체안이 나오면 반대가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국민을 설득할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야당도 연금개혁을 마냥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수권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