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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사설

중국의 단기비자 중단 유감…외교에 방역 이용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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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단기비자 발급을 갑자기 중단해 비판 받고 있다.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은 주미대사 시절 공격적이고 거친 언행으로 '전랑(늑대 전사) 외교관'이라 불렸다. [중국 관찰자망 캡쳐]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단기비자 발급을 갑자기 중단해 비판 받고 있다.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은 주미대사 시절 공격적이고 거친 언행으로 '전랑(늑대 전사) 외교관'이라 불렸다. [중국 관찰자망 캡쳐]

외교장관 통화 다음 날 비자 중단 과잉 보복

정부는 철회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대응하길

중국이 느닷없이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와 경유비자 발급을 중단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따른 대등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상호주의에 어긋난 과잉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2016년 주한미군 부대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부당한 한한령(限韓令) 보복으로 가뜩이나 혐중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한·중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중국의 조치는 한국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단기비자 발급을 일부 제한하고, 입국 전후에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한 데 따른 보복 차원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다수다. 중국은 일본에도 단기비자 발급을 갑자기 중단했다. 앞서 이탈리아·스페인·미국 등이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했었다. 하지만 중국에 입국 제한을 가한 16개국 중에서 유독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중국이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차별적 보복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선택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방역을 외교에 이용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의 조치가 지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신임 친강(秦剛) 외교부장의 첫 전화 통화 다음 날 이뤄진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당시 친 부장은 한국 정부가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제한 조처를 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길 희망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주미대사 시절 공세적인 ‘전랑(戰狼·Wolf-warrior, 중국의 람보) 외교’로 유명했던 친 부장은 한국 측에 아무런 사전 언질도 없이 비자 발급을 중단시켜 외교적 결례란 지적도 받고 있다.

과학을 거론한 중국의 주장 역시 공감을 얻기 어렵다. 중국은 3년 넘게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한국인의 중국 입국 과정에서 엄청난 규제를 가해 인권 침해 논란까지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중국인들이 정권 퇴진을 외치며 ‘백지 시위’를 벌이자 다급하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확진자가 폭증해 전 세계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중국의 조치야말로 비과학적이었다.

한덕수 총리는 중국의 조치가 보복이라는 비판에 거리를 두면서 “소통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거친 행태에 점잖게 응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중국에 너무 저자세로 나가면 중국은 한국을 존중하기보다는 만만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분명한 원칙을 견지하며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주권과 국민 안전은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외교부는 중국의 부당한 조치의 철회를 촉구하고, 방역 당국은 춘절(중국 설) 연휴를 전후해 코로나 유입 동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탄력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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