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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송환 불복 막는 檢…강제추방 ‘지름길’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되면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을 서두르고 있다. 애초 김 전 회장의 출국을 막지 못한 검찰로서는 신병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태국 현지에서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한편, 김 전 회장이 불법체류자 신분임을 고려해 태국 정부가 강제추방하도록 하는 ‘우회로’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검찰, 김성태 설득 작업 착수 

지난 10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 왼쪽은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제공

지난 10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 왼쪽은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제공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은 태국 현지 인력 등을 통해 김 전 회장이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주태국 대사관에 검사를 상시 파견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지 국제기구에 파견 중인 검사가 있다.

검찰이 김 전 회장 설득 작업에 착수한 건 송환 절차가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금고지기’로 불리는 김모씨 역시 태국 현지에서 체포됐지만, 즉시 현지 법원에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며 한 달 넘게 국내 송환이 미뤄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발행 과정의 횡령·배임 의혹까지 받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국내 송환은 시급한 상황이다.

통상 해외로 도피한 내국인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는 방법은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다.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제출하면, 법무부가 외교부를 통해 상대국에 요청하는 식이다. 이 경우 현지 검찰이 송환 대상자를 구속한 뒤 현지 법원에서 청구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국가마다 법이 다른 데다, 김 전 회장이 ‘정치적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불복 소송을 하면 송환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가 2017년 6월 7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유씨의 송환에는 총 3년이 걸렸다. 연합뉴스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가 2017년 6월 7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유씨의 송환에는 총 3년이 걸렸다. 연합뉴스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당시 덴마크에 도피 중이던 정유라씨를 송환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 송환에는 약 3년이 걸렸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4월 프랑스에 거주 중이던 유씨에게 출석 통보를 했지만, 유씨가 불복하며 인터폴 적색수배→체포→수감→범죄인 인도 재판→송환 불복 소송 등을 거치며 2017년 5월에야 국내로 송환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김 전 회장이 불법체류자 신분임을 활용하는 지름길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불법체류자가 됐는데, 이 경우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추방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절차가 단순하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비자의 종류를 바꿔 연장 신청을 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태국 대사 만났던 이원석…檢 “양국 협조 필수”

이원석 검찰총장(왼쪽)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윗추 웨차치와 주한 태국대사를 만났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왼쪽)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윗추 웨차치와 주한 태국대사를 만났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송환을 위해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강제추방의 경우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어 태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해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1일 대검찰청에서 윗추 웨차치와 주한 태국대사를 직접 만났고, 지난해 10월엔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씨가 체류했던 캄보디아의 주한 대사도 접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 추방된다 하더라도 태국 검찰의 수사·기소, 재판을 거쳐야 해 이에 시간이 소요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태국 현지 법 절차에 따라야 하는 만큼 태국 정부의 협조를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9일 김 전 회장의 동생 김모씨 등 쌍방울그룹 임직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해외로 출국한 이후 김치와 횟감을 공수하는 등 도피 생활을 돕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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